동계 운행·야영 장비 갖추고 힘과 노하우 있어야 안전
심설이 쌓인 겨울 산정에서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 겨울 백패킹은 낭만과 위험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초보자도 고생할 각오만 되어 있다면 가능하다. 원래 한겨울 야영은, 그것도 설산 능선에 텐트를 치는 야영은 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봄·가을엔 백패커들이 몰려 시끄럽던 야영 터도 한겨울엔 적막이 감돈다. 베테랑들의 계절인 것이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 필요한 무수한 장비들이 있어야 하고, 그 무게를 감당할 힘이 있어야 하며, 최악의 경우 1m 넘게 쌓인 눈을 러셀할 체력과 기술, 길이 묻힌 눈밭에서 길을 찾아내는 독도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겨울 산은 환상적인 상고대 크리스털 숲과 눈꽃, 첩첩산중의 설경, 차가운 대기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작 같은 해돋이와 해넘이를 선물로 준다.
기본 겨울 장비
생존에 꼭 필요한 겨울 야영장비는 텐트, 매트리스, 휘발유 버너, 동계용 침낭, 보온옷이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눈 쌓인 설산 능선이 목적지일 경우 방수력 좋은 중등산화가 필수품이다. 스패츠를 착용해도 당일산행용 경등산화는 3시간 넘게 러셀하면 물기가 스며들어 양말이 젖는 경우가 많다.
중등산화는 장거리산행에 적합하고 동계 설산에 최적화되어 있다. 다만 몇 번 신지 않고 신발장에 보관만 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등산화도 너무 오래 신지 않으면 밑창의 접착력이 약해져 물기가 스며든다. 때문에 중등산화를 구입할 때는 생산연도를 확인해야 한다.
스패츠, 아이젠, 스틱, 장갑, 넥게이터, 발라클라바, 보온력 좋은 모자, 고글 등은 기본 겨울 운행 장비로 이 정도는 익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몸에 열이 많아서 잘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단 가지고 있어야 만약의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 고수는 변수를 정면 돌파해 이겨내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레이어링 시스템 활용하기
‘두껍고 비싼 구스다운 상하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오해다. 저렴하고 얇은 옷 여러 벌을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겨울산에서 쾌적하다.
레이어링 시스템은 옷의 소재에 따른 특성을 살려 겹쳐 입는 방식이다. 피부에 닿는 안쪽에는 땀을 빨리 흡수해 건조시키는 흡습속건 기능과 촉감 좋은 옷을 입고, 그 다음에 보온력이 좋고 가벼운 플리스 소재나 다운 종류를 겹쳐 입는다. 바람이 강하다면 외투로 방풍능력이 좋은 재킷을 입는다.
심설산행을 즐긴다면, 고어텍스 같은 소재의 방수바지가 있어야 한다. 또 바람 차단에 탁월한 윈드스토퍼 소재를 사용한 바지도 겨울산행 마니아라면 한 벌쯤 구비하고 있는 게 좋다.
바닥 냉기를 막아야 숙면 가능
텐트는 삼계절용보다 보온성이 좋고 결로가 적은 동계용이 있으면 좋지만, 값 비싼 동계용 텐트를 별도로 가지고 있는 백패커는 많지 않다. 바닥 냉기 차단에 신경을 쓰면 삼계절용 텐트로도 겨울 야영이 가능하다. 그라운드시트나 매트리스를 여러 겹 깔면 충분히 냉기를 줄일 수 있다.
아무리 비싼 침낭이라도 사람이 누우면 체중에 의해 매트리스와 등이 닿아 보온력을 상실한다. 그래서 새벽에 냉기가 올라와 잠에서 깨게 된다. 이때 사용하는 장비가 이너시아다. 중간중간 구멍이 뚫린 에어매트리스로, 침낭 안에 넣으면 구멍 사이로 우모가 부풀어 올라 보온력은 살려 주고 냉기는 차단하며, 침대에서 자는 것 같은 푹신함을 준다. 하지만 매트리스 2개를 가져가는 셈이므로 그만큼 무게가 늘어난다.
과거에는 침낭의 우모 양이 1,200g은 넘어야 동계 야영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우리나라의 겨울 능선이나 바닷가에선 체감온도가 영하 20°C 정도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계절용 침낭 두 개를 겹쳐 쓰거나, 우모복을 두껍게 입고 자거나, 침낭커버를 사용하는 등 여러 장비를 응용한 조합으로도 충분히 겨울 야영을 할 수 있다.
휘발유버너와 리액터 조합 최적
화기가 중요한 계절이다. 가스버너가 일반적이며 다루기 쉽지만 추위에 취약하다. 부탄가스보다 추위에 조금 더 강한 프로판과 부탄을 혼합한 이소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추위에 강한 휘발유 버너를 쓰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작동법이 복잡하고 불 조절이 가스에 비해 섬세하지 않아 텐트 안에서 쓰기에는 약간 까다로운 면이 있다.
그러나 손에만 익는다면 겨울에는 휘발유버너를 쓰는 것이 가장 편하다. 최근에는 MSR리액터, 코베아 알파인마스터를 텐트 안에서 난로처럼 사용하는 추세다. 복사열을 사용하는 방식이라 일반 버너에 비해 더 효과적이다. 다만 가스중독과 화재의 위험이 있으므로 항상 환기와 화재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쉘터, 지나친 음주와 소란 자제해야
요즘 여러 명이 백패킹 갈 때는 쉘터를 쓰는 추세다.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큰 텐트로 여럿이 둘러 앉아 저녁을 함께 먹거나 추위를 덜 타는 사람은 잠을 자기도 한다. 특히 겨울에는 추위로 인해 쉘터가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그러나 쉘터 한 동만 들어서면 산 전체가 소란스러운 면도 있다. 자연과 다른 백패커를 배려해 술집의 연장선이 아닌 자연 속에서 진솔하게 교감하는 공간으로 유지해야 한다.
초보자 혼자 겨울 백패킹을 시작하기는 무리가 있다. 먼저 겨울을 제외한 삼계절 백패킹에 익숙해진 다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또 산 속에 자리한 휴양림 야영데크나 시골 캠핑장에서 연습 삼아 겨울 야영을 먼저 체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설산에 야영 터 만들기
눈이 깊게 쌓인 겨울산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위험한 발톱을 숨기고 있다. 텐트를 칠 때는 눈사태 위험이 높은 골짜기는 피해야 한다. 특히 급사면 기슭과 협곡은 피한다. 봄·가을에 좋은 야영 터였다고 해도 눈 쌓인 겨울산은 완전 다른 곳이다.
특히 2월은 눈사태가 가장 잦은 시기이다.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 기온이 올랐거나 비가 올 때는 백패킹을 자제한다. 쌓인 눈이 기온 상승으로 습설이 되면 무게 때문에 눈사태가 생길 확률이 높다.
능선에 텐트를 칠 때는 바람이 몰아치는 등날에서 약간 내려선 위치가 좋다. 얼어붙은 맨 땅보다는 눈이 두텁게 쌓인 곳이 오히려 냉기가 덜 올라온다. 텐트를 치기 전에 눈밭을 평평하게 다져야 한다. 주변의 눈을 끌어보아 평탄하게 한 다음 여럿이 발로 밟아 다지거나 눈삽으로 다진다. 이렇게 해야 무게가 있는 사람이 누워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심설이 쌓인 가파른 골짜기를 떠들썩하게 무리지어 러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응집력 없는 눈이 사람 소리와 러셀 진동에 의해 눈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눈꽃의 낭만도 좋지만, 겨울산의 위험성을 읽어 내는 것이 먼저다.
레이어링 시스템을 적용한 복장. 등산복 소재의 특성을 살려 겹쳐 입는 것이 레이어링 시스템이다.
겨울 백패킹에 유용한 화기. 휘발유버너와 가스버너, MSR 리액터.
러셀하여 오르는 백패커들. 러셀에는 상당한 체력이 소모되므로 여럿이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
겨울 백패킹 춥지 않게 즐기는 5가지 방법
강사 BYE JUN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첫째, 열량이 높은 초콜릿류 행동식을 준비해 걸으면서 꾸준히 열량을 보충해 준다.
둘째, 옷을 적절히 겹쳐 입어, 춥지도 덥지도 않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산행 중 칼바람에 대비해 발라클라바나 머리와 얼굴을 감쌀 수 있도록 모자를 준비해야 한다. 장갑은 비상용 장갑을 추가로 준비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셋째, 야영지에 도착했다면 바로 우모복을 챙겨 입자. 운행이 끝나면 이제부터 추위와의 진짜 싸움이다. 체온유지를 위해 든든한 우모복을 준비한다.
넷째, 눈 위에서 야영할 때는 평소보다 바닥공사에 신경 쓴다. 바닥 냉기를 조금이라도 차단하기 위해 그라운드시트와 매트도 R밸류(단열지수)가 높은 것을 사용한다. 냉기 차단을 위해 눈을 모두 걷어내기보다는 평탄화 작업만 하고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눈을 모두 걷어내면 다음날 텐트를 철수할 때 그라운드시트가 진흙에 젖어 있을 확률이 높다.
다섯째, 핫팩이나 끓인 물을 담을 수 있는 물통을 준비한다. 핫팩이나 뜨거운 물을 담은 물통을 취침 전 미리 침낭 안에 넣어두면 침낭 안의 공기가 데워져 따뜻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행여 물이 조금 세더라도 침낭이 젖지 않도록 물통은 커버로 감싸는 것이 좋다. 얼굴을 내어놓는 침낭 안면부 테두리를 스포츠타월 등으로 감싸면 입김으로 생기는 수분이 결로되거나 얼어붙는 현상을 막아 준다.
산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침낭을 패킹하기 전에 햇볕과 바람에 잠시라도 말리는 것이 좋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침낭 지퍼를 전부 열고 바닥에 펼쳐 충분히 말려 준다. 이후 침낭걸이나 보관용 메시주머니에 넣어 보관한다. 침낭은 오래 압축되어 있을수록 우모의 수명도 줄어든다.
에어매트리스와 침낭, 이너시아를 활용한 잠자리. 이너시아의 구멍으로 침낭 우모가 부풀어 올라 냉기를 막아줘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겨울철 쾌적한 백패킹 산행법
강사 OUTSIDER MIN 민미정
네팔 EBC 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백패킹 종주.
겨울철 백패킹 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기후 급변, 저체온증과 동상, 자외선 등이다. 맑은 날이라도 산 위에서는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지거나 눈이 내리면서,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항상 대비해야 한다.
저체온증이 오기 시작하면 어지럼증, 어눌한 말투, 자주 발을 헛딛거나 넘어지며, 신발 끈을 묶기 어려운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스스로 저체온증 증상임을 자각하기 어렵고, 심해지면 사고력이 급격히 떨어져 위기 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저체온증이 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해야 한다.
1. 겨울 산행 복장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을 유지하고 몸이 땀에 젖지 않도록 적절한 복장을 선택해야 한다. 장갑과 양말은 땀에 젖을 경우 갈아주는 것이 좋다. 춥다고 해서 무조건 두꺼운 옷을 택하기보다는 옷의 소재를 감안해 여러 장 겹쳐 입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장 안쪽에 입는 베이스 레이어의 경우, 면 소재는 피해야 한다. 땀에 젖었을 때 수분이 식으면서 저체온증의 원인이 된다. 투습성이 좋은 긴 소매의 메리노울(개량품종의 양털) 소재가 좋다.
땀이 찰 경우 방풍재킷은 벗어 주고, 바람이 많이 부는 장소에서는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으므로 재킷을 꼭 입어야 한다. 몸에 끼는 복장은 피해야 한다. 지나치게 몸에 끼면 혈액순환을 방해하며, 어느 정도 공기층이 있어야 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양말도 울 소재가 적절하고, 장갑은 2중 구조가 좋다. 모자는 귀를 덮을 수 있는 비니 같은 것이 적당하며, 얼굴 보온을 위해 발라클라바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2. 겨울철 필수 장비
겨울철 산행은 눈이나 얼음으로 인해 다른 계절에 비해 체력 소모가 더 크고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균형을 잡아 주는 등산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결빙구간에서는 아이젠을 반드시 착용하고, 눈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스패츠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설산을 산행할 경우 눈에 반사되는 빛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설맹이나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고글과 선크림을 준비해야 한다. 강설 직후에는 길을 가늠하기 어려워 조난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헤드랜턴과 여분 배터리, 호루라기 등을 지참한다.
3. 준비운동과 스트레칭
추위에 갑자기 노출되면 근육은 긴장하고,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마비까지 올 수 있다. 또한 발에 쥐가 나거나, 순발력 부족으로 발목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심장의 부담과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산행 전에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4. 동계산행 운행 시 팁
고칼로리 간식을 주기적으로 섭취해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찬 음료보다는 따뜻한 음료를 마신다.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기보다 공간을 남겨 운행 중 물이 흔들리면서 얼어붙지 않도록 하거나, 커버를 사용한다.
적설기에는 길이 눈에 덮이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전에 지도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산행 경로를 숙지해야 한다. 등산객이 적은 산은 강설 직후 길이 사라져 러셀을 해야 하며, 발자국이 있더라도 눈보라가 치면 길이 사라질 수 있다. 초보자는 길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모하게 진행하지 말고 철수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산행 시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체온이 떨어진다. 짧게 휴식하고, 등이 식지 않도록 배낭을 내려놓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땀에 젖지 않도록 일정한 페이스를 지키며 운행한다. 가파른 눈길에서는 스틱을 먼저 땅에 고정 후 발을 딛는다. 오를 때는 발끝을 앞으로 차듯이 찍으며 오르고, 내리막에서는 발뒤꿈치를 땅 위에 내리꽂듯이 디뎌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결빙구간에서도 마찬가지로 스틱이나 피켈로 중심을 잡고, 아이젠을 바닥에 꽂듯이 걸어야 미끄러움을 방지할 수 있다.
겨울철 해가 짧으므로 정상까지 가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으면 적당한 공간에 숙영지를 마련해야 한다. 추위에 노출된 손과 발에 가벼운 동상이 걸렸다고 버너나 장작불에 직접 불을 쬐면 동상이 넓게 퍼질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37~39°C의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서서히 따뜻하게 해야 2차적인 조직손상을 막을 수 있다.
★오늘의 날씨★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천, 1월에 걷기 좋은 길 BEST 4 (0) | 2023.01.04 |
---|---|
추천, 1월에 갈 만한 산 BEST 4 (1) | 2023.01.03 |
[지하철 일출산행 Tip] 일출 포인트 ‘30분전 도착’이 정석 (1) | 2022.12.31 |
[지하철 첫 차 일출산행] 부산 금정산, 인천 문학산, 광주 금당산 (0) | 2022.12.31 |
[지하철 첫 차 일출산행] 서울 강남권, 관악산&청계산 (1) | 2022.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