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못에 돌을 하나 던져 넣는다. 찰랑. 잠깐의 떨림이 있지만 금세 다시 조용해지는 연못. 짓궂게 던진 돌도 말없이 삼켜버린 못 뒤로는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했다. 바다나 계곡과 달리 물을 한가득 담고 있어도 소리 없이 조용한 연못. 위양못이 이토록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에 위치한 제방.
양야제라고도 불리는 연못은 신라~고려 시대 때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히 언제,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기록으로 보았을 때 임진왜란 이전부터 존재하였고, 임진왜란 때 무너진 것을 1634년 부사 이유달이 수축하였다고 한다. <달의연인 보보경심려> 등 여러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한 이 연못은 ‘위양지’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드라마 배경장소로도 유명한 위양지
어느 꿈속의 연못
사계절 언제 방문해도 위양지의 잔잔한 매력에 감동하게 되지만, 이팝나무가 만개한 봄은 유독 남다르다. 거울 같은 저수지에 하얗게 비치는 이팝나무와 저수지 한가운데 주인처럼 자리하고 있는 정자, 완재정의 전경이 몽환적인 분위기로 마음을 홀리기 때문이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지은 연못이 이렇게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울 필요가 있을까. 백성을 위한다는 위양(位良)의 뜻 뒤에 뭔가 다른 의도를 숨겨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봄의 위양못은 꿈속같이 환상적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언제, 누가 최초로 만들었는지는 밝혀진 것이 없지만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아름다움 하나로 지키고 있는 위양못. 일명 천년의 연못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사랑이 샘솟는 못이기도 하다. 봄에는 설탕 같은 이팝나무 꽃을 구경하러, 여름에는 서늘한 연못가 그늘을 찾아, 가을에는 물 위에 그려진 계절을 감상하러, 겨울에는 눈 쌓인 완재정의 운치를 핑계로 수많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위양못을 찾아온다.
연못은 그때마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누군가의 고백이 잘 들릴 수 있도록 말 없는 조력자가 되어 준다.
데이트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는 위양지
남는 건 사진뿐
위양못 주변에는 포토존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다. 사실 일부로 마련된 포토존이 없어도 위양못 자체가 최고의 배경이 되어 주지만 찾아오는 이들에게 좀 더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포토존을 마련해 둔 것 같다. 내가 찍는 사진에 자신이 없다면 <꽃구름둥둥 위양생태마실> 체험프로그램 내 위양스냅투어를 추천한다.
기대하지 않고 참여했는데 해설사와 함께 위양지 산책코스를 걷기 때문에 몰랐던 못의 역사와 생태계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고, 숨겨진 스팟에서 대충 찍어도 흡족하게 나오는 사진들을 건질 수 있다.
위양스냅투어
후각, 미각, 촉각까지 새로움으로 채우다
사진으로만 남기기 아쉽다면 직접 기념품을 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위양못 근처 밀양요 카페에서는 대한민국 다기명인 11호 김창욱 선생님이 다도체험과 도예체험을 직접 진행한다.
전통차를 정석대로 우려 음미해 보는 희열을 느낄 수 있고, 물레를 돌려 나만의 문양을 넣은 도자기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밀양요 카페에서 후각, 미각, 촉각까지 모두 새로운 경험을 채우고 나면 위양못 여행이 훨씬 더 특별해진다.
김창욱 명인이 지도하는 밀양요 도예 체험
향기로운 위양지 관광농원
위양못을 걸었다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 한군데 더 있다. 위양못에서 5분이면 도착하는 위양지 관광농원이다. 위양지 관광농원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인장의 정성과 손길이 느껴지는 작은 체험형 식물원이다. 손님이 찾아오면 농원을 한 바퀴 돌며 각종 꽃들을 설명해 주는데 잔잔히 퍼지는 허브의 향기가 꽤 오랫동안 주변을 맴돈다.
체험실로 자리를 옮기면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는 라벤더를 재료로 방향제, 배게, 비누 중 선택해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약간의 재료비를 내야 하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향기롭고 기분 좋은 수업이 진행되었다.
향기로운 위양지 관광농원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연못
모든 생명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시간’이라고 한다.
나의 한시간과 타인의 한시간은 물리적으로 같은 길이이니까.
그러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인생의 ‘행복한 시간’은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오늘을 허투루 보낸 사람에게 주어진 내일은 역시나 밋밋하겠지만 오늘 행복을 쟁취해 본 사람은 내일도 행복을 찾아 쟁취할 것이다.
환상적인 위양못에서 보냈던 시간.
새로운 경험과 체험으로 가득 채워본 위양못 여행은 ‘행복을 찾은 시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일기장에 기록되었다.
[주변관광지]
* 금시당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1566년 조선 중기 세워진 곳이다. 46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웅장한 은행나무가 인상적이며 특히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는 가을, 사진이 잘 나오는 명소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 주소 : 경상남도 밀양시 활성로 24-183
* 영남루
높은 절벽에 자리하고 있는 누각이다.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9세기 중반 다시 지어졌다. 건물의 보존상태나 화려함, 그 위엄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최고의 누각 중 하나로 꼽힌다.
- 주소 : 경상남도 밀양시 내일동 39
[여행정보]
* 위양지
- 주소 :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279-2 (위양지주차장)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55-359-5641
[여행메모]
1. 위양지를 한 바퀴 걸어서 돌다 보면 밀양요 카페와 연결됩니다. 넓은 정원과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있으니 차를 마시며 구경하고 가세요.
- 밀양시 부북면 위양로 319-40
- 도자기만들기체험 1인 25,000원
2. 위양지관광농원에서는 농산물 파종, 수확 등 계절별 체험과 지하 암반수를 사용한 물놀이 시설 이용이 가능합니다. 단체, 가족끼리 이용이 가능한 숙박시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밀양시 부북면 위양2길 114
[여행팁]
주차
위양지 주차장(무료) 이용
찾아가는 길
밀양IC에서 ‘밀양,청도’ 방면 왼쪽 ▶ ‘창녕, 진영, 시청’ 방면 우회전 ▶ 신촌오거리에서 ‘창녕, 합천, 밀양아리나’ 방면 우회전 ▶ 춘화삼거리에서 ‘위양리, 춘화농공단지’ 방면 우회전 ▶ 위양지 주차장
주변식당
위양지마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로 370-2)
고가식당 (밀양시 산외면 산외로 714)
뜰마당 (밀양시 부북면 퇴로3길 2)
밀양봉쥬르 (밀양시 부북면 창밀로 3085)
★오늘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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