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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홀로 걷기 아차산] 전철 타고 가는 ‘7성급 한강뷰’

by 白馬 2022. 10. 28.

 

서울 아차산

 

일출명소이며 롯데월드타워를 조망하기에 가장 멋진 장소인 해맞이동산

 

내가 처음으로 등산을 시작한 산이 아차산(295.7m)이다. 가장 많이 갔던 산이기도 하다. 높이 300m도 안 되는 산을 오르는 데 몇 번을 쉬었는지 모른다. 그때는 내게 아차산은 설악산보다 더 험하고 높은 산이었다. 1주일에 3~4회 오르다 보니 어느새 아차산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오르게 되었고, 국내의 명산뿐 아니라 백두대간을 도전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도 만들어졌다. 아차산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대중교통도 좋고 등산로 찾기도 쉬워 초보자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산이다. 아차산과 용마산, 망우산까지 연계해서 산행하면 초보자뿐 아니라 상급자에게도 아주 멋진 종주코스다.

고구려의 전초기지, 온달장군 전설도

서울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아차산은 서울을 외곽에서 감싸고 있는 4대 외서산 중의 하나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능선에 오르면 하남, 팔당까지 시원하게 펼쳐지고 한강이 산자락을 먼발치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자태는 마치 용이 승천을 기다리며 누워 있는 것 같다. 나지막하지만 정상에 서면 막힘없이 탁 트인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마주하게 된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때면 해맞이 차량행렬로 전국이 몸살이다. 정동진, 호미곶, 간절곶, 남해 보리암, 제주 성산일출봉 등으로 가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다. 산 정상에서 일출은 더욱 보기 어렵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정상에서의 일출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지만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없다. 아차산은 그런 수고 없이 서울에서 가장 먼저 솟아오른 햇님을 산 정상에서 만날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배경삼아 벌겋게 떠오르는 아차산 일출은 그 어느 일출명소에 뒤지지 않는다.

 

지나가는 등산객을 유혹하는 아차산 3보루와 4보루의 금계국

 

삼국시대에는 고구려·백제·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250여 년간 각축을 벌였고, 삼국시대의 아차산성과 고분, 고려시대 석탑, 절터, 그리고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군사유적지인 보루도 20여 개 남아 있다.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보루는 지금의 초소와 같다. 적을 막거나 적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요새이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가 아차산을 전초기지로 보루를 설치했다. 한강 이남에서 아차산을 향해 강을 건너면 광나루이다. 광나루 위의 아차산에서는 한강을 한눈에 내려 볼 수 있으니 군사적으로 요충지임이 틀림없다. 

또한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슬픈 사랑의 노래를 품고 있다. 아름다운 자태 속에 역사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 모습이 다채로운 산이다.

 

대성암 뒤의 바위를 타고 오르면 S자를 그리며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이 펼쳐진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한강 풍경

걷기 수업장소를 아차산으로 정했다. 잘 정비된 계단 길 양쪽을 가득 채운 소나무의 향이 짙게 달려든다. 서울에선 보기 드물게 소나무가 많다. 아차산 일대 수목은 주변의 택지 개발로 많이 사라졌음에도 아차산을 찾은 이들에겐 달콤한 쉼터를 선물한다. 소나무 숲의 나무향기를 맡으며 숲 그늘로 오르는 길은 가능하면 계단을 피한다. 시작부터 너무 좋은 길이라고 웃음꽃이 가득하다.

 

소나무숲길을 지나고 완만한 벌거숭이 바위를 타고 오르면 고구려정. 앞으로는 S라인을 그리며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 너머로 우뚝 선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불과 30여 분도 오르지 않았지만, 최고의 조망을 선물한다. 한강 뷰가 열린 자리에서 잠시 휴식하며 롯데월드타워 앞을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스트레칭도 한다. 고구려정에서는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긴다. 이곳은 롯데월드타워 조망명소 중의 하나이다. 특히 아차산에 처음 오는 이들은 이곳만 와도 더 이상 올라가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이다.

 

대성암으로 향하는 길은 좁기는 하지만 숲이 우거져서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오른쪽에 한강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조금 오르내림이 있어도 오솔길이라 걷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대성암 뒤로 바위를 타고 오른다. 아래서 보기에는 인수봉만큼이나 무서운 길이지만 바로 곁에서 보면 오르는 돌계단이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봄 학기 수업 때는 수성동계곡에서 작은 바위를 오르는 것도 무서워하던 수강생들인데 바위 구간을 거침없이 걷는다. 

 

비 오는 날에도 걷기 좋은 아차산 정상인 3보루에서 정상 도착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바위를 타고 오르면 설악에서나 맛 볼 수 있는 세찬 바람과 함께 한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높이 오를수록 한강의 풍광은 멋을 더한다. 이런 곳에서는 바삐 길을 재촉하지 말고 쉬엄쉬엄 경치를 즐기면서 걸어야 한다. 암반을 올라서면 이젠 서울 강북의 또 다른 경치를 만난다. 남산도 보이고 관악산, 응봉산, 63빌딩, 인왕산까지. 조금 전까지는 팔당으로 펼쳐진 한강을 즐겼고, 이제는 서울 한강을 즐긴다.

대성암에서 정상인 아차산 3보루로 오르는 길은 한강과 나란히 친구되어 걷는다. 3보루에  ‘수락지맥 아차산 295.7m’라는 팻말이 나지막하게 땅에 붙어 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이곳이 바로 아차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다. 너무 빨리 정상에 오르니 모두들 어찌나 좋아하는지. 산은 낮아도 정상은 정상이니까. 3보루에 가득한 금계국이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꽃 좋아하는 그녀들이니 그냥 갈 수는 없다. 함께 또 따로 사진을 찍느라 모두들 행복한 시간이다. 

 

눈이 가득한 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대성암 오르는 길.

 

아쉽다면 용마산과 연계산행

우리의 목적지는 아차산 4보루. 용마산까지 오르고 싶지만 아직 여름산행이 익숙지 않은지라 욕심을 내지 않기로 한다. 아차산 4보루에는 아차산을 찾은 많은 이들이 애정하는 나홀로나무가 있다. 이 나무와 함께라면 언제라도 근사한 엽서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구리 위로 팔당을 지나서 펼쳐지는 한강을 바라보고 모두들 감탄한다. 이곳은 야경도 멋지다.  그늘 한 점 없어서 한여름에는 무척 뜨겁지만 한강을 조망하며 잠시 쉬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앞쪽에는 용마산이 보이고 암사대교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강을 바라본다. 일상에서 만났던 근심은 모두 바람에 강물에 흘려보낸다. 산은 낮아도 서울의 산 중에서 가장 멋진 뷰를 보여 주는 아차산이다.  

 

조금 더 걷고 싶을 땐 용마산에 들렀다가 망우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570계단을 왕복해서 되돌아간다. 운동 삼아 야간등산을 할 때의 코스이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 등산이라기보다는 하이킹에 가깝지만 조금 빨리 걸으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목 뒤를 타고 뜨거운 땀방울이 흘러내리면 내 몸도 마음도 데워진다. 

 

눈이 내린 날엔 더욱 늠름한 모습으로 아차산 4보루를 지키고 있는 나홀로나무.

 

이제 하산. 아차산 4보루에서 다시 3보루를 지나서 보루를 따라 해맞이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저녁노을이 멋진 서울 야경명소이다. 석양 무렵이면 남산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황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운동 삼아 야간등산을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이곳에서 일몰을 즐긴 후 아차산 정상으로 오르곤 한다. 

해맞이 광장에 이르면 왼쪽 전망대에선 남산타워를 중심으로 청계산, 관악산, 안산, 인왕산이 보이고, 오른쪽 전망대에선 예봉산, 예빈산, 검단산이 보인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롯데월드타워와 남산이 또렷하게 보인다. 매해 1월 1일이면 새해 해맞이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능선길이 예쁘고 한강 뷰도 조망할 수 있는 아차산 4보루.

 

해맞이동산은 일출명소이기도 하지만 야경명소. 특히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 명당이다. 내년에는 롯데가 60억 불꽃 축제를 준비한다고 한다. 몇 해 전 이곳에서 봤던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는 파노라마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이 화려하고 드라마틱했었는데 더욱 큰 규모로 행사를 한다고 하니 기대된다.

 

고구려정 앞으로 S라인을 그리며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과 그 너머로 우뚝 선 롯데월드타워

 

고구려정으로 내려오며 한강과 작별하고 쉬엄쉬엄 아차산 생태공원을 빠져나온다. 

작은 골목 시장을 빠져나와 마을버스가 다니는 도로 길을 걷는다. 작은 사거리엔 재래식 방법으로 두부를 만드는 두부 전문 식당들이 등산객을 유혹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 식당 밖에는 커다란 비닐봉지에 무료로 나눔 하는 비지가 한가득 들어 있다. 식당을 나서는 우리들의 손에는 모두들 비지봉지가 하나씩 들려 있다. 

 

남산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다.

 

마음이 울적할 때, 집중해서 생각하고 싶을 때, 한강의 멋진 야경을 바라보고 싶을 때, 하얀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을 때, 빗소리가 듣고 싶을 때, 주저 없이 아차산으로 향한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 등산이라기보다는 하이킹에 가까운 코스이지만 나에게는 선물 같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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