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궐산하늘길에서 바라본 섬진강. 수려한 암반 너머로 유장하게 흐르는 강이 일품이다.
“지난 주말에 왔다가 차 막혀 되돌아갔당께. 다시 오길 잘했구먼. 절경은 절경일세.” 광주에서 온 나이 지긋한 부부가 유장하게 흘러가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자못 감격한 어투로 말을 잇는다. 지난 4월 개장한 용궐산하늘길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해 순창의 최고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용궐산치유의숲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용궐산하늘길
용궐산하늘길 들머리는 용궐산치유의숲이다. 이곳 널찍한 주차장이 평일임에도 거의 찼다. 아직 주말에는 차가 많아 되돌아갈 정도라니 되도록 평일에 방문하자. 주차장에서 거대한 암반에 덱 로드로 만든 용궐산하늘길이 올려다보인다. 어떻게 바위에 저런 길을 냈는지 신기하다.
용궐산치유의숲 화장실 앞에 용궐산 안내판이 있다.
화장실 앞에 용궐산 안내판이 붙었다. 여기서 지도를 참고해 코스를 그려보자. 용궐산하늘길은 용궐산의 몸체 가운데쯤 드러난 거대한 수직 암벽에 놓은 덱 로드로, 길이 530m가 조금 넘는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가파른 돌계단을 40분쯤 올라야 한다. 용궐산하늘길을 둘러보고 옛 등산로로 내려오는 주차장 기점 원점 회귀 코스가 약 3.5km, 1시간 30분쯤 걸린다. 길이 험하니 등산화를 신고, 스틱도 챙기는 게 좋다.
돌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 전국 산악회에서 매단 리본이 있다.
화장실을 지나 ‘용궐산하늘길’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돌계단이 시작되는 지점 나뭇가지에 전국 각지의 산악회 리본이 달렸다. 가히 용궐산하늘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돌계단은 용궐산하늘길을 만들면서 개통한 등산로다. 가파른 산비탈에 놓였으니 쉬엄쉬엄 오르자.
드론으로 본 용궐산하늘길. 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거대한 암반이 보이기 시작하면 용궐산하늘길이 가깝다는 뜻이다. 평평하고 매끄러우며 넓은 바위를 등산 용어로 슬래브(slab)라 하는데, 북한산의 ‘대슬래브’가 부럽지 않은 규모다. 암벽등반 애호가라면 군침을 흘릴 정도로 반질반질한 화강암이 매혹적이다. 바위를 한번 만져보고 힘내서 오르면 드디어 용궐산하늘길의 덱 로드다. 계단을 오르면 시야가 넓게 열린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섬진강의 모습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순창 쪽 섬진강을 바라보며 걷는 길
계단이 끝나면 길은 수평으로 이어진다. 여기가 하이라이트다. 수평 덱 로드는 짧으니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다. 수직 암반에 수평으로 만든 길이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이다. 임실군 덕치면에서 흘러온 섬진강이 용궐산을 적시고, 순창군 적성면 쪽으로 흘러간다. 섬진강 주변으로 펼쳐진 첩첩 산은 풍경을 깊고 그윽하게 만든다. 이 풍경을 눈에 담고 걷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주차장의 차들이 성냥갑 같다.
용궐산하늘길이 끝나는 지점의 삼거리. 정상 코스와 하산 코스가 갈린다.
전망대를 지나면 덱 로드가 끝나고 삼거리와 만난다. 용궐산 정상과 옛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는 길이 갈리는 지점이다. 여기부터 정상까지 시종일관 오르막길이고 40분쯤 걸린다. 용궐산하늘길 감상이 목적이라면 삼거리에서 내려오는 게 낫다. 덱 로드를 따라 되돌아 내려가기보다 옛 등산로로 하산하는 걸 추천한다. 이정표에 있는 ‘산림휴양관’ 방향이다.
오솔길에서 만난 무덤의 문인석
길은 호젓한 오솔길이다. 다소 가파르지만 조심조심 내려가면 어려움이 없다. 울창한 솔숲 사이를 구불구불 걸어가면 이름 모를 무덤이 보인다. 무덤을 지키는 문인석이 제법 크고 볼 만하다. 무덤 주인이 지체 높은 분이었나 보다.
내려오는 길에 수려한 어치계곡에 들러볼 수 있다.
무덤을 지나면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고, 야자수 매트가 깔린 길을 만난다. 거의 다 내려온 셈이다. 여기서 잠시 이정표를 따라 어치계곡 쪽으로 가보자. 100m쯤 가면 수려한 어치계곡을 만난다. 계곡에 잠시 발 담그고 피로를 풀어도 좋다. 어치계곡에서 출발점인 주차장까지 10분쯤 걸린다.
섬진강의 명물 요강바위가 불어난 강물에 잠겼다.
용궐산하늘길에서 내려오면 섬진강 따라 이어진 순창의 명소를 둘러보자. 요강바위는 주차장에서 불과 1.5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섬진강 거센 물살이 강물 안에 너럭바위를 조각했는데, 요강바위가 가장 유명하다. 구멍이 뚫린 형상이 요강처럼 보여 그렇게 부른다. 강변에서 ‘요강바위’ 이정표를 보고 내려가니 물이 불어 요강바위 머리만 살짝 보인다. 여기서 바라보는 섬진강과 현수교가 멋지게 어우러진다.
두 봉우리 사이에 걸린 채계산출렁다리가 그림 같다.
이제 동선은 섬진강을 따라간다. 구미마을을 지나면 들판에 우뚝 솟은 채계산이 나타난다. 채계산출렁다리는 용궐산하늘길이 뜨기 전까지 순창의 명소였다.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 비녀를 꽂은 여인 그림이 있다. 채계산(釵笄山)은 ‘비녀를 꽂은 여인을 닮았다’는 뜻이고, ‘책 수만 권을 쌓아놓은 형상’이라 책여산(冊如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이 많다는 건 풍경이 변화무쌍하다는 뜻이다.
출렁다리 건너 정자에 오르면 순창의 들판이 펼쳐진다.
입구에서 10분쯤 오르면 두 봉우리에 걸린 빨간색 출렁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출렁다리는 주탑이 없는 현수교로, 길이가 무려 270m다. 다리에 서니 오금이 저리고 어질어질하다. 출렁다리를 건너 바로 위 정자에 올라보자. 풍요로운 순창의 가을 들판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무럭무럭 자라는 벼가 보기 좋다.
향가유원지의 향가터널. 일제가 만든 터널로 지금은 섬진강자전거길이 지난다.
향가유원지는 섬진강이 순창 지역을 떠나는 지점이다. 이곳에 오래된 향가터널과 향가목교가 있다. 길이 384m 향가터널은 일제가 순창과 담양 일대에서 나는 쌀을 수탈하기 위해 철로를 만들려고 뚫었다. 하지만 1945년 광복이 되면서 터널로 남았다. 터널을 지나면 교각만 남은 향가목교가 있는데, 여기에 다리를 놓아 섬진강자전거길을 만들었다. 슝~ 자전거가 힘차게 다리를 건너 섬진강을 따라 흘러간다.
〈당일 여행 코스〉
용궐산하늘길→요강바위→채계산출렁다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용궐산하늘길→요강바위→채계산출렁다리
둘째 날 / 향가유원지→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순창장류박물관
여행 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순창군 문화관광
○ 문의 전화
- 순창군청 문화관광과 063)650-1648
- 순창군종합관광안내소 063)650-1674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순창,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9:30~17:10) 운행, 약 3시간 20분 소요.
순창공용버스정류장에서 순창-동계 농어촌버스(13:50) 이용, 장군목 정류장 하차, 용궐산하늘길 입구까지 도보 약 1.3km.
순창공용버스정류장에서 용궐산하늘길 입구까지 택시 이용, 약 2만 원.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순창공용버스정류장 063)653-2186
○ 자가운전 정보
광주대구고속도로 오수 IC→남악교차로→연산사거리→내룡교차로→용궐산치유의숲 주차장
○ 숙박 정보
-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 : 구림면 안심길, 063)653-4779
- 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 : 적성면 강경길, 0507-1356-6785
- 금산여관 : 순창읍 옥천로, 063)653-2735
- S모텔 : 순창읍 옥천로, 063)653-3960
○ 식당 정보
- 채계산멧돼지식당 : 돼지고기·뼈우거지탕, 적성면 적성로, 063)652-8660
- 향가산장 : 메기탕·참게메기탕, 풍산면 향가로, 063)653-6651
- 2대째순대 : 순대전골·머리국밥, 순창읍 남계로, 063)653-0456
- 순흥즉석순두부가든 : 순두부백반·두부버섯전골, 순창읍 장류로, 063)652-3636
○ 주변 볼거리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 구암정, 구송정유원지, 섬진강자전거길, 강천산
★오늘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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