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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 칵테일… 맵고 칼칼한 한국 음식과 '찰떡궁합'

by 白馬 2019. 11. 4.

 

[서울 칵테일]
5성급 호텔 유일한 女 헤드 바텐더 '잔다르크' 한연수가 개발한 음료
메밀차·인삼 등 우리 재료 사용해 제육·오징어 볶음과 잘 어울려
"한 잔에 여러 맛 담겨야 재밌죠"

 

 

 

 

"서울만의 냄새를 술로 표현하려 했어요. 서울 황학동 거리와 재래시장을 돌면서 맡았던 뻥튀기 냄새와 건어물 냄새, 과일 냄새를 '재래 사워'라는 이름의 칵테일로 만들었죠. 버번 위스키에 쌉쌀한 메밀차, 레몬주스와 설탕 시럽 섞은 것에 갈아낸 가쓰오부시를 올렸어요. 코를 갖다대는 순간 '아, 서울!' 할 수 있게요."

 

국내 5성급 특급 호텔에선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헤드 바텐더가 된 한연수씨.

국내 5성급 특급 호텔에선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헤드 바텐더가 된 한연수씨.

 

 

서울 안다즈강남 호텔에서 '잔다르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연수(28) 팀장은 우리나라 5성급 특급호텔에선 유일한 여성 헤드 바텐더다.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증발하는 건 바텐더 업계도 마찬가지. 여성이 장(長)이 되기 유독 쉽지 않다는 이곳에서 한씨는 타고난 감각과 체력, 성실함으로 살아남았다. 갈수록 외국 것보단 우리 것이 사랑받는 요즘. 그가 서울만의 맛과 향을 입혀 내놓은 이른바 '서울 칵테일'도 함께 화제다.



◇칵테일도 태도도 한끗 차이

한연수씨가 바텐더를 꿈꾼 건 고등학교 때부터다. 우연히 직업 소개 책자에서 바텐더를 발견했다. 바에서 손님을 맞고 새로운 음료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여자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려 하느냐"는 부모님을 설득했다. "딱 1년만 일해보고 정직원이 안 되면 그땐 엄마, 아빠가 하라는 일을 하겠다'고 했죠."


 

전통 증류 소주에 레몬주스·홍초를 섞고 계란 흰자를 더한 칵테일은 마늘·고추 기름으로 볶아낸 오징어와 잘 어울린다.

전통 증류 소주에 레몬주스·홍초를 섞고 계란 흰자를 더한 칵테일은 마늘·고추 기름으로 볶아낸 오징어와 잘 어울린다. 맵고 칼칼해 스트레스 날리기 좋다.

 

 

고3 때 힐튼호텔 연회장에 인턴으로 취직했고, 바닥부터 일을 배웠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없던 시절, 자진해서 하루 16시간씩 일했다. "급했거든요. 1년 안에는 뭔가 돼야 했으니까요." 2010년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바에 정식으로 취직했고, 이후 여러 호텔·식음료 회사를 거쳐 안다즈강남 바텐더 팀 리더로 발탁됐다. 한씨는 "칵테일도 일하는 태도도 결국 한끗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했다. "같은 칵테일도 어떻게 섞느냐, 얼마나 빨리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요. 좋은 직원이 되는 것도 비슷해요. 저 같은 경우엔 바른 자세부터 익히려고 하루 5시간씩 벽에 붙어 서 있는 연습부터 했어요. 손님을 구부정한 자세로 맞으면 첫인상부터 안 좋을 테니까요."

서울 칵테일도 비슷하다. 한식에도 두루두루 어울리는 칵테일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떠올린 게 보양식. 계피·정향을 우려낸 럼에 진저에일과 한라봉 청을 섞고, 3년산 인삼 뿌리를 통째로 넣은 '다크 앤 서울'을 만들었다. "맛이 진하면서도 상쾌해서 통삼겹살 같은 고기와 잘 어울려요. 팍팍한 도시에서의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음료죠."

 

(위)위스키·메밀차·레몬주스를 섞고 가쓰오부시를 올려 재래시장 내음을 표현한 '재래 사워'. 아래는 계피·인삼 등이 들어간 '다크 앤 서울'.

(위)위스키·메밀차·레몬주스를 섞고 가쓰오부시를 올려 재래시장 내음을 표현한 '재래 사워'. 아래는 계피·인삼 등이 들어간 '다크 앤 서울'.

 

 

바텐더는 보통 손님을 맞고 보내는 모든 과정을 치르고 음료를 만드는 '클래식 바텐더', 화려한 묘기를 보여주는 '플레어 바텐더', 대회에 나가 경쟁하는 '컴피티션 바텐더'로 나뉜다. 한씨는 클래식 바텐더에 속한다. 전국에서 클래식 바텐더로 5년 넘게 일한 여성은 열 명이 채 안 된다. 일이 힘들어 2~3년 만에 관둔다. "가끔 여자 바텐더 후배들이 찾아와요. '무슨 일 있니?' 하면 다들 일단 울죠. 사람 대하는 일이니 별별 일을 다 겪잖아요. 제 얘길 해줘요. '나는 그래도 이 일이 좋아서 한다. 일하면서 얻는 백 가지 중 한두 가지 나쁜 점 때문에 포기하지 말자. 우리 같이 프로가 되자'고요."

◇맵고 짜릿한 서울의 밤

41도 증류 소주 화요에 레몬주스·홍초·계란 흰자를 더한 '안다즈 사워'가 나왔다. 맑지만 묵직한 화요에 짜릿한 청량감을 더하는 홍초, 보드라운 끝 맛을 더한 계란 흰자를 조합한 것. 서울만의 화끈하고 알싸한 매력과도 비슷하다고. 맵고 칼칼한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볶음에 특히 잘 어울린다. 한씨는 "한 잔에 다채로운 맛이 담길수록 재밌는 칵테일이 된다"고 했다. "쓴맛·단맛·신맛·매운맛까지 어우러질 수 있다면 좋죠. 눈으로 보고 코로 즐기고 혀로 맛보며 하루를 잊는 것이 칵테일이니까요."



[소주·청주에 으깬 오이 더하니, 산뜻하네]

칵테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술 중 하나가 럼(Rum)이다. 향이 좋아 설탕·크림·달걀·아이스크림 같은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데, 급할 때 찾으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대체하기 좋은 술이 청주다. 차가운 청주에 라임이나 레몬을 살짝 짜서 즙을 넣어주고, 애플민트나 깻잎을 살짝 빻아 넣은 다음 비정제 설탕이나 황설탕을 솔솔 뿌려주면 제법 괜찮은 칵테일이 된다.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으슬으슬할 땐 따끈하게 중탕해서 데운 청주도 제격. 레몬즙이나 귤껍질을 함께 넣어 마시면 좋다.

칵테일용 보드카가 없을 땐 증류 소주가 제격이다. 소주에 라임이나 레몬 주스를 넣고 으깬 오이 등을 더하면 산뜻한 칵테일 한 잔이 된다. 기왕이면 화요처럼 도수가 높은 소주를 쓰면 금상첨화. 맛이 덜 밋밋하고 깊어진다. 문배주, 통영 고구마술도 섞어 마시기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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