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깊어가고 단풍은 짙어가고 낙엽은 한두 잎씩 쌓인다. 바람에 살랑이는 억새는 햇빛을 받아 환상적인 금은빛을 발한다. 바람과 햇빛과 억새는 공존의 철학이자 미학이다. 억새는 바람과 햇빛이 없으면 그 빛이 바랜다. 인간은 자연을 보면서 공존의 가치를 느끼고 배운다.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닌 이유다.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기온도 내려간다. 일부 지역은 밤 기온이 벌써 영하를 기록한다.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은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단풍의 남하속도는 사람의 걸음 속도와 비슷하다.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들 즈음, 걷기 시작해 해남 두륜산에 도착하면 단풍 절정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절묘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다.
중북부 지역은 이미 단풍이 절정에 달했다. 11월의 대표적인 명산은 중남부 지역 중심으로 선별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단풍명산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내장산, 그리고 기암절벽과 어울린 단풍이 절경인 주왕산과 대둔산, 한국의 대표적인 억새 명산으로 꼽히는 민둥산이 11월에 가볼 만한 명산이다. 여기서는 간략히 소개하고, 자세한 정보는 월간<山> 홈페이지san.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명불허전 단풍명산… 영은산에서 바뀌어
단풍명산 내장산內藏山(763m)의 11월 탐방객은 60만 명에 달한다. 국립공원 월별 탐방객 기록으로 100만 명에 이르는 10월의 설악산 다음으로 많다. 내장산 연간 탐방객이 170만 명이 채 안 된다. 11월 한 달에만 연간 탐방객의 3분의 1 이상이 찾는 것이다. 명불허전 단풍명산이다.
내장산이란 지명의 역사는 그리 오래 돼 보이진 않는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내장산이란 지명이 등장하지 않는다. <고려사>에도 없고,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첫 등장한다. 성종 때 문인 성임成任(1,421~1,484)이 내장산을 방문하고 내장사 앞 정자에 남긴 ‘정혜루기’를 인용한 내용이다. 정혜루는 당시 영은사의 문루였다.
‘성임의 정혜루기에 호남에 이름난 산이 많은데, 남원 지리산, 영암 월출산, 장흥 천관산, 부안 능가산(변산)이 있다. 정읍 내장산도 그중의 하나다.’
성임은 당시 영은산을 방문하고 그 풍광에 매우 감복한 듯하다. 636년 영은조사가 창건한 영은사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靈銀山이라 했다고 전한다. 내장산은 후세 사람들이 계곡 속으로 들어가도 양의 구절양장같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임시로 조선실록 사고본史庫本을 보관하기도 했다.
주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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