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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로봇이 커피 내리고, 디저트 장식하고, 칵테일 만들고…

by 白馬 2019. 10. 16.

외식업계에 로봇 도입 붐

능숙한 바리스타가 커피 한 잔 만들 때
로봇은 석 잔 뚝딱… 자율주행 서빙 로봇도

서울 성수동 ‘카페봇’에서 커피를 내리는 ‘드립봇’(왼쪽)과 케이크에 초콜릿 시럽으로 그림을 그리는 ‘디저트봇’./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성수동 ‘카페봇’에서 커피를 내리는 ‘드립봇’(왼쪽)과 케이크에 초콜릿 시럽으로 그림을 그리는 ‘디저트봇’.
물줄기가 매끄러운 나선형을 그리며 분쇄한 커피 원두 위로 떨어졌다. 추출된 커피가 드리퍼 아래로 똑똑 흘러나온다. 서울 성수동에 지난 8월 오픈한 '카페봇(café Bot)'에서 드립커피를 내리는 건 인간이 아닌 로봇 바리스타 '드립봇'. 옆에서는 '디저트봇'이 무스 케이크에 초콜릿 시럽으로 그림을 그린다. 카페 측에서 미리 골라둔 9가지 그림 중 선택해도 되지만, 손님이 손으로 쓴 글씨나 그림도 바로 그려준다. 카운터 뒤 '드링크봇'은 칵테일 수십 가지를 만들 수 있다.

로봇이 빠르게 외식업계에 도입되고 있다. 커피를 내리고, 디저트를 장식하고, 김밥을 말고, 음식을 테이블로 내가거나 피자를 주문한 집으로 배달한다. 국내 외식업계에서 로봇이 처음 화제가 된 건 지난 2017년, 서울 역삼동 칵테일바 '커피바K'에 로봇 바텐더 '카보'가 등장하면서다. 사람 상반신 모습으로 제작된 카보는 위스키에 들어갈 얼음을 동그랗게 공 모양으로 깎는다. 과거엔 바텐더들이 깎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

로봇은 힘들거나 귀찮거나 지겨운 단순 반복 노동을 대신한다. 당연히 인간보다 오히려 효율이 더 높을 때가 많다. 정밀함이 요구되는 작업의 경우 인간보다 뛰어나기도 하다. 카페봇 바리스타 직원 백승현(28)씨는 "능숙한 바리스타도 드립커피를 한 번에 한 잔 이상 만들기 힘들지만, 드립봇은 3잔을 그것도 완벽하게 똑같은 맛으로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나 드립봇이나 드립커피 한 잔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4분으로 같아요. 하지만 인간이 한 잔 내리는 동안 드립봇은 3잔을 내릴 수 있어요. 생산성이 3배 더 높은 거죠."

외식업계에서 로봇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이다. 잠실 롯데월드몰 3층에 있는 무인 로봇 카페 '비트'를 오픈한 커피 프랜차이즈 '달콤커피' 관계자는 "로봇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유지 관리를 위한 인력도 필요 없다. 인건비가 절약돼 커피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2000원으로 일반 커피점보다 저렴하다.

로봇은 아직 인건비보다 월등하게 저렴하지는 않다. 카페봇을 공동 설립한 로봇 전문 기업 '티로보틱스' 천종필 기술영업본부장은 "카페봇에 투입된 로봇은 대당 가격이 한 사람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준다면 한 달 월급이 18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지요. 여기에 4대 보험 등을 더하면 연봉이 3000만원쯤 됩니다. 로봇 1대가 2500만원부터인데, 여기에 로봇 운영 소프트웨어와 부속품 등을 더하면 3000만원가량 됩니다. 하지만 바리스타처럼 숙련된 직원 임금은 더 높잖아요. 게다가 로봇은 쉬지 않고 일할 수 있고,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급등하고, 앞으로도 임금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로봇을 실험 도입하는 곳들은 계속 늘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 '라운지엑스'에는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와 함께 서빙 로봇 '팡셔틀'이 근무한다. 카페 직원이 태블릿으로 좌석 번호를 입력하면 머리에 얹은 쟁반에 빵이나 디저트를 담아 해당 테이블로 서빙한다. 자동 주행 시스템이 내장돼 이동 중 사람이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멈췄다 다시 움직인다. 카푸치노처럼 잔을 가득 채우는 음료는 쏟을 염려가 있어 빵만 서빙하고 있지만, "팡셔틀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같은 간단한 인사말도 건넨다.

지난 7월 송파구에 문 연 '메리고키친'도 서빙 로봇을 도입했다. 선반 형태의 자율 주행 로봇으로 한 번에 최대 4개 테이블에 서빙이 가능하다. 자율 주행 배송 테스트도 실시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잠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 로봇 개발사 ZMP가 만든 자율 주행 로봇 '캐리로'를 통해 실외 배달을 시범 운영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지난해 호텔·카지노 근무 서비스 노조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하며 로봇 도입에 반대하는 파업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티로보틱스' 천종필 본부장은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드립봇이나 디저트봇처럼 사람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보완해주는 로봇이 대세라고 봅니다. 아무리 인간과 비슷하더라도 누가 로봇에 서빙 받고 싶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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