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를 걷는 것만으로 힐링되는 아름다운 숲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청태산자연휴양림 캠핑장과 숲속 캠핑 데크.
깊은 산중에서 혼자 걷다가 사슴과 마주친 적이 있다. 그것은 분명히 사슴이었다. 10여 년 전,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청태산자연휴양림을 찾은 적이 있다. 텐트를 치고 앉아 있는데 마음속이 답답해 캠핑장 바로 옆으로 나 있는 임도 산책길이 좋아 보여 걷고 싶었다. 깊은 원시림 사이로 난 그 길은 100년 전 만해萬海 스님이 걷던 백담사 가는 길 같은 느낌을 주었다.
파란 하늘 아래 깊은 숲 임도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굽이굽이 나 있었다. 무서울 만큼. 어느 모퉁이를 돌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 송아지만 한 사슴과 마주친 것이다. 우리는 서로 놀랐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고, 사슴은 휙 하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은 야생 사슴의 첫인상은 참 ‘멋지다’였다. 그 사건 이후 걱정했던 일도 잘 풀리고 해서, 주변에 복잡한 일이 생길 때마다 청태산자연휴양림을 찾아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깊은 숲 사이로 난 산책로
하늘 아래 첫 캠핑장
다른 자연휴양림도 그렇지만, 청태산자연휴양림의 캠핑장도 깊은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사뭇 묘하다. 다른 곳의 캠핑장들은 데크의 방향과 위치가 서로 어긋나 있는데, 이곳은 경사면에 기대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텐트가 가득 찬 캠핑장을 멀리서 보면 티베트 수도 라사의 포탈라궁 같은 느낌을 준다. 마치 하늘의 뜻을 받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 아니면 가지고 있는 소원을 하늘에 전하려고 기다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좀 습하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청량한 습기 또한 이 캠핑장의 특징이다.
빽빽한 숲속이지만 답답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아늑하지도 않지만 산만하지도 않다. 혼자 오면 몽상하기 좋고, 가족과 함께라면 앞에 앉은 사람 얼굴이 특히 예뻐 보인다. 다 좋은데 주차장이 바로 앞에 있어 거슬린다. 이런 깊은 숲 캠핑장이라면 주차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게 좋다. 개수대와 화장실도 옆에 있다. 그것도 거슬린다. 좀 불편해도 주차장, 화장실, 샤워장, 개수대는 좀 안 보이는 게 좋다. 온수가 지원되지는 않지만 샤워장은 편리하다. 개수대도 넓어 편하다. 사람에게 좋은 곳이니 만큼 야생의 생명체들도 많다. 음식 재료나 쓰레기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곳이다. 캠핑장 오른쪽 구석 자리들이 은둔의 캠핑명당이다. 이것저것 보기 싫을 때 찾으면 좋을 것 같다.
깊은 숲속에 자리잡은 데크는 보기만 해도 힐링된다.

캠퍼를 기다리고 있는 빈 캠핑 데크.
이곳에서는 주차장도 화장실도 보이지 않는다. 캠핑과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다. 모든 데크에 난간의 배려가 있다. 그 난간에 기대면 그렇게 편하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이제 숲에 와서 살았구나’ 하는 한숨이다. 데크 사이의 거리가 좀 가까운 편이나 옆 텐트 소리가 그리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단지 숯불을 피우면 옆 텐트에 방해가 될 것 같다. 캠핑장 위로 올라갈수록 짐 나르기는 불편하겠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명당 터다. 하늘과 가깝고 세상을 좀더 멀리 볼 수 있다. 수많은 텐트를 바라보고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캠핑장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가면 작은 실개천이 흐른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씻겨 내려간다. 청태산이란 이름다운 계곡이다. 짐이 많거나, 적적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캠핑장 중앙 하단의 사이트를, 물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왼쪽 계곡가 사이트를, 그리고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들은 캠핑장 맨 오른쪽 사이트 데크를 예약하면 좋을 것 같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캠핑장에서 이렇게 다양한 자리가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데, 이곳만의 매력인 것 같다. 아울러, 모든 데크 사이트에 아름드리나무가 옆에 있어 가만히 있어도 피톤치드 샤워를 팍팍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캠핑장 기본 사양이다. 파란 하늘 아래 첫 캠핑장다운 세팅이다. 사무실 컴퓨터 바탕 화면을 바꾸기 위해 고민한다면 이곳 임도에 나 있는 산책길 사진을 찍어 올리길 추천한다. 보기만 해도 힐링되기 때문이다.
캠핑장 전경.
휴양림 곳곳에 작은 계곡이 흐른다.
매일 매일 걷고 싶은 임도 산책길
이곳 청태산자연휴양림에는 이것저것 즐길 것이 많다. 앉아서 산새의 소리와 행동을 감상할 수 있는 버드 와칭Bird Watching, 목공예 등 다른 휴양림과 차별화된 많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다 제치고 선택한 것이 숲길 산책이다. 다른 휴양림에도 다 있는 숲길이지만, 이곳은 정말 추천할 만한 코스다. 일단 길고, 굽이굽이 코너가 있어 리듬을 탈 수 있다.
‘저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깊은 숲길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위험하거나 어렵지 않다. 길이 예쁘다. 그리고 넓다.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고 같이 걸어도 부대끼지 않는 길. 이곳은 아름드리 숲이고 저곳은 탁 트인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임도는 휴양림 반대편으로 연결되어 있고,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둘레길 형식으로 나 있다.

임도 중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시설이 있다.
tip 7월 캠핑 때 주의사항! 친환경캠핑과 가족
7월은 캠핑의 계절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자연보호다. 연기와 화재 위험 그리고 남은 재를 처리하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이럴 때 테이블 위에 촛불을 켜거나 초가 없으면 촛불 모양의 심지 없는 랜턴을 올려 보자. 생각 외로 운치 있다. 온기도 훈훈하고 좋다. 모닥불은 안전하게 피울 수 있는 곳에서만 피우는 게 좋다. 요즘 주변 나무를 꺾어 불을 때고, 넓적한 돌을 주워 와서 고기를 굽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지금부터 습관을 들이자. 모닥불만이 캠핑의 낭만은 아니다. 모닥불을 피우는 정성으로 촛불에 비친 내 앞 가족들의 불그스름한 얼굴을 한 번 더 보자. 일교차가 심하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 간에 스킨십을 늘려 보자. 그러니까 가족이고 식구이지 않은가.
캠핑장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다.
1 휴양림이 꽤 크고 넓다.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 새나 고양이는 물론 야생동물이 매우 많다. 음식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3 데크와 데크 사이가 가까우니 큰소리로 떠들지 않고 음악소리는 줄이는 게 좋다. 4 입구에 슈퍼나 마트가 없다. 장은 둔내읍에서 미리 보는 게 좋다. 5 캠핑장이 경사면에 있어서 화장실이나 개수대, 샤워장을 다닐 때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부채살 표고구이
청정 한우로 유명한 둔내 시장을 거닐다가 부채살이 먹음직해서 덩어리째 사왔다. 표고도 아주 먹음직스럽게 생겨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른 것 필요 없다. 싹둑싹둑 자른 부채살을 굽고, 그 기름에 표고를 볶아 내기만 하면 된다. 역시 시장에서 구입한 들기름에 소금을 약간 넣은 기름장을 살짝 찍어 먹으면 육향과 풍미가 대단해진다. 숲속에서 먹는 한우의 맛과 육향이 숲 향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김치 등뼈찜
둔내 시장을 거닐다가 돼지 등뼈가 1kg에 4,000원이란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 몇 킬로그램 구입했다. 둔내가 소고기도 유명하지만 돼지고기도 좋을 것 같아서였다. 한 시간 정도 핏물을 빼고 짐 속에 숨어 있던 김장김치를 꺼내 고기 위에 올려 약한 불에 두 시간 정도 푹 익히면, 이빨이 없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김치 등뼈찜이 완성된다. 손으로 잡고 이로 뜯지 않아도 젓가락으로 살살 헤치면 고기가 뚝뚝 떨어진다. 다 먹고 남은 뼈는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다. 일반 쓰레기처럼 밀봉해 보관하다가 집에 가져 와서 버려야 한다.
tip 뒤처리하기
모든 음식의 뒤처리는 찬물에 세제를 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했던 코펠에 물을 한 컵 정도 넣고 끓이다가 물을 화장실에 버리고 온기가 남아 있을 때 행주나 키친타월로 닦아 내면 된다. 뜨거운 물로 기름기를 닦아 내는 방법은 세제 없이 설거지 해 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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