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소산성~정림사지~능산리고분군~서동공원 등 15.7km 유적과 유적 연결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유산과 연꽃 만발한 궁남지를 보며 걷는 달맞이길은 부여사비길이 안성맞춤이다. 곳곳에 백제유적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낙화암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어울린 달은 백제의 쓸쓸한 역사를 고스란히 전하는 듯하다.
백제는 크게 3시기로 나뉜다. B.C 18년에 한성(지금의 서울)에 수도를 정하고 나라를 건국하며 융성한 한성백제시기. 이 시기는 B.C 18년에서 서기 475년 문주왕까지 500여 년에 이른다. 문주왕은 즉위 첫해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수도를 옮긴다. 바로 이어 웅진백제시대가 열리며, 이 시기는 475년 문주왕에서 538년 성왕까지 계속된다. 마지막으로 성왕 16년(538) 지금의 부여인 사비로 천도하는 사비백제시대가 열린다. 이 시기는 의자왕이 나당연합군에 나라를 뺏길 때인 660년까지 이어진다.
실제 백제는 500여 년간 한성에 수도를 두었건만 정작 사람들은 백제하면 부여와 공주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아마 오늘날 공주와 부여에 많은 백제 유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백제로 대표되는 공주에는 무령왕릉과 공산성으로 대표되는 유적과 유물이 여기저기 남아 있고, 부여에는 부소산성과 낙화암, 정림사지오층석탑, 그리고 능산리고분군에서 출토된 수많은 유물들이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유산을 보여 주고 있다.
부여백제시대, 즉 538~660년까지 120여 년간 이어진 사비백제시대의 유적과 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길이 부여사비길이다. 부여시내를 한 바퀴 도는 총 연장길이 15.7km쯤 되는 역사유적탐방로다. 부소산성에서 출발해서 정림사지~부여박물관~금성산~능산리고분~계백장군충혼탑~서동공원(궁남지)~시인 신동엽 생가에서 다시 부소산성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부소산扶蘇山은 해발 106m밖에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동쪽과 북쪽, 두 봉우리로 나누어진 부여의 진산이다. 그 산의 정상과 능선을 흙으로 둘러싸고 있는 산성이 부소산성으로 사적 제5호. 백제 도성으로 추정되는 부소산성은 평시에는 왕궁의 후원으로, 전쟁 시에는 최후 방어성으로 이용했던 사비백제시대의 대표적 산성이다.
산성 안에는 식량을 저장하던 군창지軍倉址, 삼천궁녀가 몸을 던진 낙화암, 고란사와 고란초, 해맞이 영일루迎日樓, 사자루 등 백제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부소산성숲은 2002년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숲’으로 지정됐다.
2km 남짓 되는 부소산성 전체를 둘러보는 데만 2시간 이상 걸린다. 꼼꼼히 살펴보려면 반나절로 부족하다. 그러나 길은 전체를 다 연결하지 않고 큰 길 따라 반원을 그리며 원점회귀 한다.
부소산성 입구엔 부여에서 출토된 국보 3점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모형이 세워져 있다. 국보 9호인 정림사지오층석탑, 국내 최대의 금동제 반가상으로 평가받는 국보 제83호 금동삼산관반가사유상, 국보 제288호인 창왕명석조사리함이다.
금성산으로 오른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사방 조망이 가능하다. 서쪽 부산을 사이에 두고 백마강이 흐른다. 그런데 백마강이 어떤 강인가? 바로 금강이 아닌가. 4대강 중의 하나인 금강은 전북 장수의 신무내산(897m)의 뜬봉샘에서 시작해서 충북·충남을 거쳐 서해로 흐르는 400km 이상 길이를 자랑한다. 이 금강이 지역에 따라 고유의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금산 제원 부근에서는 광석강, 회덕에서는 부강 또는 절강, 공주에서는 금강, 공주에서 부여 지천 입구까지는 창강, 부여에서는 백마강이라 한다.
사비길은 횡단보도를 건너 사적 제34호로 지정된 청마산성으로 향한다. 청마산성 초입에서 능산리고분군까지 2km가 채 안 된다. 능선 끝자락에서 백제시대 절터인 능산리사지가 명확히 보인다. 사적 제434호로 지정된 유적지다. 백제 위덕왕 13년(567)에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되었다가 660년 백제가 멸망하면서 폐허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능산리사지의 공방지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국보 제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와 절이 창건된 연대를 알 수 있는 국보 제288호인 창왕명사리감이 출토됐다. 창왕명사리감에서는 성왕의 위업을 기려 만든 것이다. 이는 이 절이 왕실에서 왕릉으로 추정되는 묘들을 축원하기 위해 세운 사찰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능산리사지 바로 옆에는 사적 제14호로 지정된 능산리고분군이 있다. ‘백제왕릉원’이라고 불린다. 사비(부여)백제시대를 지낸 왕들의 무덤이다. 성왕·위덕왕·혜왕·법왕·무왕·의자왕의 여섯 왕과 의자왕의 아들 태자 융의 묘까지 모두 7기가 있다. 의자왕과 태자 융은 백제가 멸망하면서 당나라로 끌려가 그곳에서 사망했다. <삼국사기>엔 ‘7월에 항복하고 (중국으로) 끌려가 수일 내 죽었으며, 그 시신은 북망산에 묻혔다’고 기록돼 있다.
능산리고분군을 나와 이젠 백마강으로 흘러가는 왕포천 둑길을 따라 걷는다. 하천이나 둑이나 풀들로 무성하다. 그 둑길만 3km 가까이 된다. 주변 논들은 한창 무르익은 벼들로 녹색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길을 뚜벅뚜벅 걸으며 잠시 1,500여 년 전 백제시대로 돌아가 본다.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을 받고 백제 개로왕이 죽임을 당하면서 한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하고 불과 60여 년 만에 또 사비로 수도를 옮긴 백제, 잦은 천도로 집권세력의 기반이 매우 약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사비백제시대는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고 국력이 매우 강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의외로 쉽게 멸망하고 만다. 왜 그랬을까?
‘부여사비길’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구할 수 없을지 몰라도 찬란한 문화유적은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길이 전부 사적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부소산성이 사적 5호, 정림사지가 사적 301호, 능산리사지가 사적 434호, 능산리고분군이 사적 14호, 청마산성이 사적 34호, 궁남지가 사적 135호 등 유적지 일색이다. 부여의 옛 이름 사비泗沘, 즉 지명에서 보여 주듯 물과 강이 풍부한 그 땅에서 백제의 역사를 한 번 떠올려 보라.
탐방가이드
부여사비길 탐방문의 및 신청은 부여문화관광 홈페이지(http://buyeotour.net)나 종합관광안내소(041-830-2330) 또는 부여 문화관광과(041-830-2010)로 하면 된다. 이용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7세 이하는 무료이며, 관광지별 입장료는 별도다.
교통
서울에서 자동차로 경부고속도로로 갈 경우 천안JCT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로 갈아 탄 뒤 서공주JCT에서 다시 공주-서천고속도로로 바꾼다. 계속 가다 부여IC로 나오면 된다. 부여IC에서 부소산성 입구까지는 승용차로 10분 남짓 걸린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갈 땐 대전-당진고속도로, 공주-서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부여IC로 빠져 나와 부소산성으로 가면 된다.
고속버스는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여까지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시간 2시간 10분가량.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소산성 입구까지는 불과 700m도 안 돼, 걸어서 가면 된다.
문의 서울 남부터미널 02-521-8550.
맛집 (지역번호 041)
부여의 전통적인 별미는 매운탕과 장어로 알려져 있으나 금강하굿둑 건립 이후 장어나 고기들이 거의 잡히지 않아 사실상 명맥이 끊어진 상태다. 대신 사적 및 명승 제6호로 지정된 구드래 주변에 많은 음식점들이 있다. 주로 한정식 및 불고기정식(향우정 835-0085)과 돌솥쌈밥(구드래돌쌈밥 836-9259)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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