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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한국인의 밥상 인심 야박해지나

by 白馬 2018. 5. 30.

사라진 계란말이·김·부침개… 식당, 물가 올라 밑반찬 줄여

최근 밑반찬 수를 줄이는 식당들이 많다. 푸짐한 밑반찬을 내세워 손님을 끌던 한식당 문화가 바뀌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단가가 낮은 식재료로 밑반찬을 만들고, 수를 줄여 수지 타산을 맞춘다. 음식물 재활용 등에 대한 우려로 밑반찬 먹기를 꺼리는 손님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오겹살집. 고기 2인분을 주문하니 배추김치, 깍두기, 명이나물, 치커리 겉절이 등 네 가지 밑반찬이 나왔다. 작년까진 부추전, 도토리묵 등 8개의 반찬이 나오던 곳이다. 주인은 "채소 값이 올라 쌈채소와 김치 빼고는 부족해도 더 못 준다. 양해해달라"며 "고기 값을 올리면 반발이 클까 봐 밑반찬을 대폭 줄였다"고 했다.

서울 중구의 한 백반집에서 내놓은 순두부찌개 상차림. 밑반찬으로 무생채와 배추김치가 나온다. 작년보다 반찬 수가 두 가지 줄었다.
서울 중구의 한 백반집에서 내놓은 순두부찌개 상차림. 밑반찬으로 무생채와 배추김치가 나온다. 작년보다 반찬 수가 두 가지 줄었다.


이날 점심때 찾은 서울 마포구 대학가의 한 쌈밥집에선 김이나 어묵볶음 등 밑반찬을 더 달라고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주인은 "2~3년 전까진 계란 프라이, 장조림 같은 밑반찬을 내놨었지만, 최근엔 물가가 올라 리필이 잦은 반찬들은 뺐다"고 했다.

지난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겨울 한파 등의 영향으로 4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4.1% 올랐다. 호박(44.0%), 무(41.9%), 고춧가루(43.1%) 등 밑반찬에 주로 쓰이는 식재료들의 인상률이 특히 높았다.

식당들은 "인심이 박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만큼만 밑반찬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서울 중구의 한 김치찌개집은 작년까지 어묵볶음, 애호박전 등 고정 밑반찬 4개를 내놨었지만, 최근엔 김치와 파래김만 준다. 주인은 "한국 정서상 밑반찬을 아예 없애기는 쉽지 않다"며 "단가가 낮은 밑반찬들로 '구색'을 맞춘다"고 했다.

밑반찬 위생을 불신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밑반찬 줄이기'에 한몫했다. 서울 충정로의 한 백반집은 최근 양상추 샐러드, 아삭이고추 된장무침 등을 내놓는다. 제때 먹지 않으면 쉽게 삭아 재활용이 어려운 것들이다. 주인은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신선함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대학생 김성진(25)씨는 "양념장을 끼얹은 순두부처럼 손 한 번만 대도 음식 재활용이 불가능한 밑반찬만 골라 먹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밑반찬 문화가 음식 값을 높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과다 발생시키는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김옥선 장안대 식품영영학과 교수는 "과거엔 밑반찬 가짓수가 많을수록 음식점 수준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엔 가격과 위생 문제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식도 이에 맞게 조금씩 바뀌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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