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촉새의 산에서 맞는 깨끗한 해맞이

화려한 경치 드물지만 등산객 적어 조용하고 깨끗해
흰 눈 가득한 첩첩산중의 산꼭대기에서 조용히 일출을 맞고 싶다면 십자봉(984.8m)을 추천한다.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 경계에 솟은 십자봉은 원주 남쪽을 에워싼 백운산(1,087m)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백운산의 위성봉으로 볼 수 있으나 8km로 가깝지 않고 백운지맥과 천등지맥으로 속한 산줄기도 달라 등산인들에게 별개의 산으로 인식되는 편이다. 십자봉은 정상 헬기장을 제외하면 시야가 트인 곳이 거의 없는 육산이다. 다만 조용하고 깨끗한 자연생태가 장점이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백패킹을 즐기며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비된 깔끔한 등산로나 화려한 암릉을 생각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십자봉은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지형도를 만들면서 한자로 산 이름을 표기하는 과정에서 붙인 것이다. 원래 주민들은 촉새가 많다 하여 촉새봉이라 불렀다. 촉새와 십자매는 생김새가 비슷하고 같은 참새과라 그리 지었다. 촉새는 우리나라와 만주, 시베리아에 분포하는 순수한 토종이지만, 십자매는 인도, 말레이반도 등 동남아시아가 원종인 새를 일본에서 개량한 것이다.
산행은 원주 방면의 천은사계곡, 대양안치(큰양안치), 큰골 등을 통해 십자봉으로 접근하거나 제천 방면의 덕동계곡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길은 원래 뚜렷한 편이지만 등산객이 많지 않은 산이라 눈 쌓인 겨울에는 길이 사라지기 일쑤이므로 초보자나 독도에 자신 없는 이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십자봉 남동쪽에는 덕동계곡이라는 수려한 골짜기가 있다. 깊고 긴 계곡으로 수량이 풍부하고 아름다워 오래전부터 여름 피서지로 인기를 끌었다. 상류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민가와 펜션이 들어선 하류 일대는 물놀이장으로 인기다. 덕동계곡 상류에서 시작해 십자봉을 오르는 코스가 여러 기점 중에서 가장 산행이 수월하다.
덕동계곡을 깊숙이 거슬러 가면 원덕동 버스종점에 닿는다. 갈림길에서 서쪽 상리계곡을 건너 오두재 방면의 좁은 도로를 따라간다. 백운사 입구를 지나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이르면 작은 공터가 나타난다. 정면의 임도는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오두재로 이어지는 골짜기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가파른 산자락을 치고 오르면 넓은 임도가 나타난다. 산악자전거 코스로 인기 있는 백운산 임도다. 임도 옆에 벤치가 있어 잠시 호흡을 고르고 물마시기에 안성맞춤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능선에 붙으면 산길은 한껏 고개를 치켜들고 거칠어진다.
가파른 비탈길에서 숨을 헐떡이며 포기하지 않고 오르면, 두 개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십자봉 꼭대기에 닿는다. 덕동계곡에서 정상까지 2.3km로 짧은 거리지만 가파른 길이라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텐트 치기 좋은 헬기장이 있다. 교실 3~4개 정도에 이를 만큼 넓고, 트여 있어 경치가 시원하다. 겨울에 늘 눈이 쌓여 있는 곳이며, 동쪽으로 시야가 트여 있어 첩첩산중 설경의 일출을 보기에 제격이다.
하산은 원점회귀를 고집한다면 북쪽의 가십자봉(가짜 십자봉) 사이 코끼리바위가 있는 곳에서 덕동계곡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알맞다. 1시간 30분이면 덕동리로 내려설 수 있다. 긴 산행을 원한다면 능선을 종주해 삼봉산을 거쳐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로 내려서는 코스가 좋다.
십자봉에서 남쪽으로 능선을 이어가면 966m봉에서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편의 구부정한 노인 셋이 선 것 같은 삼봉산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삼봉산은 이름처럼 세 개의 봉우리인데 2봉에서 1봉을 거쳐 너럭골로 내려서는 코스와 3봉을 거쳐 화당리 녹색농촌체험관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있다. 정상에서 화당리 녹색농촌체험관까지 8km 거리이며 4~5시간 정도 걸린다.
덕동계곡으로 가려면 백운면을 거쳐야 한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5회(06:49~18:50) 운행하는 용포 경유 제천행 버스를 이용해 백운에서 하차한다. 백운에서 원덕동까지 1일 3회(06:00, 13:20, 17:40) 버스가 운행한다. 백운면의 개인택시(652-3133, 652-4888, 652-6028)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산행이 끝나는 화당리는 버스가 없으므로 택시를 이용한다. 문의 원주 귀래택시(010-6381-4046), 제천 백운택시(658-6028).
숙박(지역번호 043)
휴양지로 유명한 덕동계곡에 펜션과 민박집이 밀집해 있다. 덕동펜션(652-0666), 원덕동식당 겸 슈퍼민박(651-8047), 두계곡민박(653-6885), 시골민박 (010-8422-7651), 종점에서 5분 더 들어간 원덕동에 십자봉슈퍼민박 (010-2767-6886), 생태숲펜션 (010-5374-8353) 등.
식당은 원주 귀래면사무소 인근에 여럿 있다. 각종 찌개와 닭도리탕 전문 미소진식당(033-763-5268), 귀래통닭 (033-762-0999), 소문난 손짜장 (033-763-4118), 함지박식당 (033-763-790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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