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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새벽 별들은 새로운 가치에 눈떠 빛나고 엄숙한 일출은 새날 열어 온누리 비추네

by 白馬 2018. 1. 10.

새벽 별들은 새로운 가치에 눈떠 빛나고 엄숙한 일출은 새날 열어 온누리 비추네


새로 시작하는 오늘이 새날이다. 하늘과 땅은 우리가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절망을 딛고 새아침을 여는 한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이 밀실에서 자기의 이익에 골몰하는 동안 저렇게 새로운 가치에 눈떠 빛나는 별들의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새벽하늘 적막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의 소리라니. 아, 떨리는 가슴이여 진정하고 저 은하에서 빛나는 무수한 별들의 만다라를 보라. 이렇게 내가 하늘 아래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무엇을 그리도 더 바라는가. 혹여 그런 것이 있다면 나는 더 절절해야 한다. 이 세상에 절절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랴. 절절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들도 있는가. 저 속에 우리의 전생과 내생이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있고, 눈물이 있고, 절망과 기쁨, 불안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비밀한 희망의 미래가 있다. 그것들은 모두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지금 우리가 너나없이 겪고 있는 갈등이나 혼란과는 아랑곳없이 천지의 이 고요에 잠시 몸을 맡기자. 우리를 다시 걷게 하며, 또한 우리를 격려하고 위로하지 않는가.

1 순수한 것들은 도금하지 않아도 빛나고, 아름다운 것들은 순금이 된다. 2 스님의 염불은 그치지 않고 독경소리는 흰 눈의 고요로 다시 내린다.
1 순수한 것들은 도금하지 않아도 빛나고, 아름다운 것들은 순금이 된다. 2 스님의 염불은 그치지 않고 독경소리는 흰 눈의 고요로 다시 내린다.
새벽 산사 소망에 감응하는 촛불과 별들

소양호를 따라 구절양장 깊숙이 들어왔다. 선정사가 있는 사명산의 들머리 양구읍 웅진리에 도착한다. 새벽 공기가 몸을 깨운다. 별비 쏟아지는 오지의 새벽길을 언제 걸어보았던가. 백석은 그의 시 ‘북방(北方)’에서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떠났지만 나는 그런 곳이 그리워 산간벽지로 찾아든다. 선정사까지는 대략 2km, 정상까지는 5km 안팎의 거리다.

새벽 산사, 정한 촛불이 전부다. 촛불이 태우는 세상의 번민과 사연들, 이따금씩 촛불이 눈물을 흘린다. 이 새벽 누구를 붙잡고 말할까. 이 정적 속에서 무엇을 물을 수 있는가. 우리의 내적 평온은 어떻게 얻어질까. 마음의 평화와 안정 없이 행복은 공염불이다. 또한 그것들을 추구하고자 하는 행동과 굴복에 저항하는 의지가 없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파랑은 쉴 새 없이 인다. 필요한 것은 한 마음속 서로 다른 ‘두 자아’와 ‘너와 나’ 사이의 조화다. 이성과 감성의 하모니다. 높음과 낮음, 넓음과 좁음 등 어느 한쪽을 잃는다면 균형은 무너지고, 시스템은 작동을 멈춘다. 개별적 사물과 대상은 짝을 이룬다. 그 짝은 길항작용을 통해 대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일체로서 함께해야 한다.

‘다 함께 한다’는 의식이 평등하고도 존귀한 세상을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어떤 과오를 만들어 함께 했던 그 상대방을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결과로 대립과 갈등의 악순환이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동쪽과 서쪽, 남쪽과 북쪽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그것은 편의상 우리가 그렇게 정한 것뿐이다.

동쪽이 서쪽을 버리면 결국은 동쪽도 사라진다. 남쪽 또한 북쪽을 버리면 같은 결과를 낳는다. 고(高)는 저(低)에서 나왔고, 저(低)는 고(高)로 들어간다.

지구는 둥글다. 매일같이 돌고 돈다. 편을 가른 자는 그 반대편에 의해 언젠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편 가르기 식의 그런 분별이 사라질 때 우리의 생각도 의식도 함께 자전하는 지구가 된다. 사방이 모두 밝고 둥근 세계가 된다.

1 큰으아리꽃이 꽃을 버리고 색을 버린 끝에 보옥과 같은 꽃씨를 얻었다. 2 엄동설한에도 목숨 일구는 것들 있어 생명은 뜨겁고 지구는 식지 않는다.
1 큰으아리꽃이 꽃을 버리고 색을 버린 끝에 보옥과 같은 꽃씨를 얻었다. 2 엄동설한에도 목숨 일구는 것들 있어 생명은 뜨겁고 지구는 식지 않는다.
세상의 길 열고 우리를 다시 걷게 하는 새날의 일출

용수암을 지나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청아한 물소리가 계속된다. 별들의 골짜기며 주민들의 상수원보호구역이다. 별들도 필시 이 물 마시며 살 것이다.

그 덕에 눈 맑고 귀 밝아 항상 제 위치를 알고 방향 잃지 않고 사는 게다. 낙엽송 숲길을 나와 임도를 건넌다. 본격적인 비탈길이다. 가끔 랜턴을 끄고 뒤를 돌아본다. 오를수록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다.

생각의 어느 산비탈을 올랐을까. 새벽같이 아침을 해결하러 나온 노루 일가가 발소리에 놀라 달아난다. 달아나는 노루 궁뎅이가 하얗다. 길가에 언 도토리들이 자주 눈에 띈다. 언덕을 넘는다. 무성한 참나무 숲에서 멧돼지 가족들이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는 쏜살같이 비탈을 내달린다. 이후에도 이름 모를 산짐승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하긴 산 아래 저 골짝의 마을 이름이 저고리골이다. 그 옛날 범이 나타나 저고리만 벗겨갔다는 데서 생겨난 지명이니 이 산이 깊긴 깊은 모양이다.

사명산 정상이다. 해발 1,198m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새벽 하늘 별들이 파로호로 돌아가고, 손발이 어는 기다림 끝에 설악산의 하늘 마루금에서 빛이 터진다. 여느 때와 무엇이 다를까만 새해에 거는 기대만큼 시붉은 아침 해는 벅찬 감동이다.

사명산(四明山)은 양구, 화천, 춘천, 철원, 인제 등 사방이 잘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설악산의 귀때기청봉, 인제 가리봉 등은 물론 파로호와 소양호 모두를 볼 수 있는 전망이 넓게 트인 산이다.

우리가 일구는 세상, 사람의 마음과 길이 그렇게 사방으로 열렸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이 산에 올랐다. 지위, 재산, 권력, 명예 그런 것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지만, 대체 그것들이 뭐기에 길을 잃고 우리 모두를 좌초시키려는 격랑에 빠뜨리는 것일까.

하늘은 세상이 어려울 때마다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 새아침을 연다.
하늘은 세상이 어려울 때마다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 새아침을 연다.
엄숙한 일출이 순식간에 끝나는 듯싶더니 조금 전까지와는 판이하게 삽시간에 사방이 구름의 밀물이다. 파로호 쪽에서 산등성이를 넘어 소양호의 하늘 위로 이동하는 구름의 행렬이 장엄하다.

상고대는 백합처럼 희고, 해의 반대 방향 파로호의 구름에 새겨진 큰 고리 모양의 무지개는 더없이 신비하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구름바다와 그 위로 점점이 떠있는 산들은 다도해를 이루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해는 썰물처럼 빠지며, 녹아서 사라지는 상고대들, 하늘과 땅이 보여준 마술은 그렇게 끝나간다. 이 감동과 여운은 내가 살아 있는 한 100년 동안 이어질 거라는 예감이 든다.

상식의 사회, 평범한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 무릇 ‘큰 바위 얼굴’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여 산에 와서 배우시라. 골짝은 깊고, 봉우리는 높다. 깊은 만큼 지닐 것은 사람에 대한 참사랑이며, 높은 만큼 쌓아야 하는 것은 재산과 욕망이 아니라 덕이다. 그 사랑과 덕으로 장쾌하게 파도치는 산들, 모두가 함께하는 그 힘과 마음이 웅혼한 산맥으로 저리 내달리는 것을.

문바위봉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간다. 도솔지맥의 한 부분이다. 금빛 소양호의 저 잔잔한 떨림은 조금 전까지의 감동 때문일까. 헬리포트를 지나 추곡약수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다시 갈림길이다. 사명산에서 2.5km를 왔다. 하산 지점이 웅진리지만 이쪽으로 길을 잡는 것은 문바위와 칠성탑을 보고 가기 위함이다.

구름과 바람과 사람이 드나드는 문바위와 칠성탑

촛불 하나씩 모여 백만 개가 되고, 태풍도 넘어뜨리지 못하는 탑이 된다.
촛불 하나씩 모여 백만 개가 되고, 태풍도 넘어뜨리지 못하는 탑이 된다.
칠성탑이 있는 문바위에 도착한다. 깎아지른 벼랑 위에 세운 커다란 한 자루 촛불 모양이다. 각 층 모서리가 하늘로 들려 있어 작은 촛불들이 층층이 켜진 형상이다. 탑 전체를 다시 본다. 어떤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100만 개가 넘는 촛불들을 모아놓은 촛불의 탑이다.

또한 지극 정성한 치성의 탑이다. 간절히 빌던 누군가의 모습도 보인다. 저 아래 옛 절터가 있으니 이 탑의 연원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이 탑을 세운 그 누군가처럼 우리는 우리가 한 일에 대하여 생색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월성신은 걸핏하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는 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맑던 하늘이 흐려지더니 눈발이 날린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송이들, 아름다운 것들은 천천히 이렇게 맨발로 온다. 사람의 잘못을 단 한마디 나무람도 없이 고요히 덮는 눈발, 가슴이 먹먹해진다. 왔던 길을 되짚어 나온다.

웅진리마을 입구 주차장까지는 족히 3km 넘게 남았다. 수북이 쌓인 낙엽 위에 내린 눈으로 길이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다. 그래도 좋다. 산에 와서는 아무 것도 그리워하지 마라. 넘어져 자칫 아픈 것이 되기 십상이다. 걸음이 느려진다. 여기저기에 실로 장대한 소나무들이 정신없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정지용의 <장수산>에 나오는 ‘벌목정정(伐木丁丁)’의 그 아름드리 큰 솔이 이럴 것이다. 베어질 때 세상 쩌르렁 울릴 그 메아리를 위하여 장송은 저렇게 ‘차고 올연히 견디는’ 것이다. 그것이 저 솔이 지키는 가치다.

끝까지 걸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길 위의 운명이다. 산을 나서 일상으로 돌아가 나는 나의 일을 묵묵히 하면 그만이다. 어두워진 이 산속 눈과 밤이 진정 종이보다 희다. 2017년 새해는 모두에게 그런 빛의 축복 있으시라.

1 꽃 떨어진 메마른 꽃자리에 맨발로 온 첫눈, 쉬다가 꽃이 되었다. 2 물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보석이며, 왕관은 물론 되지 못하는 것 없다.
1 꽃 떨어진 메마른 꽃자리에 맨발로 온 첫눈, 쉬다가 꽃이 되었다. 2 물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보석이며, 왕관은 물론 되지 못하는 것 없다.
산 눈 첫눈

고운 맨발로 첫눈이 오네요
나는 이렇게 왈칵 눈물이 납니다
조금도 아프지 말라고 천천히
당신 얼굴 보느라 아주 천천히 옵니다
하늘은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까지도 별들은 분명히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빛났습니다
땅에서 착하게 사는 당신의 발걸음소리
따라 오랜 기다림 끝에서
당도하는 하늘의 전언입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함께하고 있다는
그 말이 이리도 희고 환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 함께 용기를 내야 합니다
당신의 마음과 눈물은 항상 당신을
지키는 하늘의 힘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 오직 사랑입니다
나의 과오를 한 마디 나무람도 없이
고요히 오는 새하얀 첫눈
당신과 나의 참사랑입니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