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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by 白馬 2018. 1. 9.

남원 땅의 평화 지켜준 개머리 산

 

 

 

개와 호랑이 전설 서려... 능선은 줄곧 ‘지리산 바라기’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황금 개띠의 해’다. 전국에 개와 관련된 이름을 쓰는 산이 몇 곳 있다. 그중 가장 흔한 산 이름이 개의 이빨을 의미하는 ‘견치산犬齒山’이다. 이 산들은 정상부에 뾰족한 바위가 자리함으로써 개의 이빨을 닮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의 머리를 닮았다는 견두산犬頭山도 있다. 남원 견두산(774m)은 1월 첫 산행지로 황금 개띠의 복을 받기에 모자람 없는 ‘개의 명산’이다. 

남원과 구례를 잇는 19번국도변 전북 남원시 주천면 호기리에는 ‘범실’이라는 마을이 있다. 순우리말로 ‘호랑이가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밤재터널이 나온다. 밤재터널 남서쪽에 있는 산이 바로 견두산, 즉 ‘개머리산’이란 뜻이다. 풍수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견두산은 성난 개가 남원 땅을 노려보고 있는 모양새라 한다.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견두산 정상에 닿기 전 조망대에서 바라본 남원 시내의 조망.

 

견두산은 원래 호두산虎頭山 또는 범머리산이라고 불렸다. 호랑이가 개로 바뀐 연유는 남원군 수지면에 내려오는 ‘호석전설虎石傳說’에서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호두산 일대에는 들개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이 들개들이 한바탕 짖는 날이면 남원부 부중의 마을에 호환이 일거나 큰 불이 나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때마침 이서구李書九(1754~1825)라는 인물이 전라관찰사로 부임했다. 그는 정조 18년(1794)과 순조 20년(1820) 두 번에 걸쳐 전라감사를 지냈다.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본격적으로 견두산 산행이 시작되는 밤재 주차장 쉼터. 과거에는 구례와 남원을 잇던 유일한 길이었고 지금은 지리산 둘레길로 이용되고 있다.

 

이서구는 주역에 능통했는데, 백성들로부터 이러한 고충을 전해 듣고는 광한루와 호두산 서쪽의 수지면 고평리 고정마을에 ‘호랑이 비석虎石’을 세워 호두산을 바라보게 하고 산 이름을 견두산이라 고쳐 부르도록 했다. 또한 호두산의 맥이 내려와서 모이는 지역인 호곡리虎谷里의 한자를 호곡리好谷里로 바꾸었다. ‘범실’이란 마을 이름도 개의 기운을 방어하기 위해 붙여진 것일 수 있다. 이런 조치 이후 들개 떼는 더 이상 출몰하지 않았고 마을은 평안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다.

남원의 풍수지리학자들은 호석을 만들고 호두산을 견두산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비보진압풍수를 한 것에 대해 “남원은 ‘한의 소리’라는 판소리의 중심이고, 춘향전에서 탐관오리의 상징과 같은 변 사또가 등장하는 등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쳤다”면서 “호석을 만들고 호두산을 견두산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남원 땅에 깃든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더욱 평화로운 고을을 만들기 위해 관리와 백성들이 합심했다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개는 남원을, 사람은 지리산을 바라보다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고우석 이사가 지리산을 바라보며 견두산 능선을 걷고 있다.

 

견두산은 백두대간 지리산 만복대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견두지맥이 그 뿌리이며, 전북 남원시 수지면과 전남 구례군 산동면 경계 선상에 선 산이다. 견두산은 등산의 즐거움도 적지 않다. 노고단에서 반야봉으로 이어진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빼어난 ‘조망의 산’이기 때문이다.

밤재터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등산로 입구가 나왔다. 입구라고는 하지만 본격적인 산행을 하는 입구는 아니다. 이곳부터 밤재(주차장)까지 2.1km 정도 걸어가야 한다. 이 길은 지리산 둘레길 11코스 산동~주천 구간의 일부이기도 하다.

“밤재 주차장에서 실질적인 산행이 시작되니 거기까지 택시로 이동하지요.”

산행을 함께한 전북산악연맹 고우석 이사가 초반 구간은 생략하자고 제안했다. 이 임도는 지금은 지리산둘레길이 되었지만 산업도로와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구레(산동)와 남원(주천)을 잇던 유일한 길이었다고 한다. 이 좁은 길로 버스도 오갔다고 하니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룬 셈이다.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견두산~천마산 능선은 견두지맥의 한 구간으로 지맥꾼들이 즐겨 찾는다.

 

해발 490m의 밤재주차장에 서니 지리산 만복대와 반야봉, 노고단을 이은 주능선이 짙은 구름 사이로 드러났다. 이 풍광은 견두산을 지나 천마산에 이르기까지 계속 진행방향 왼쪽에서 길을 따를 것이었다. 노고단 머리에 짙은 구름이 얹혀 있는 것이 조금 걱정이었다.

입구의 나무계단을 보니 등산로가 잘 정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리산국립공원에는 속하지 않지만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다웠다. 밤재 주차장에서 견두산 정상까지는 4.1km 거리다. 나무계단을 오르고 나니 바로 능선에 올라서고 완만하게 경사진 숲길이 이어진다.

“길이 참 좋네요. 이런 산이 왜 덜 알려졌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남원이나 구례, 곡성 시민들이 즐겨 찾고 지맥 종주를 하는 산꾼들도 많이 오지요. 이 능선은 천마산을 거쳐 구례읍 신월리까지 이어져요. 밤재에서부터 30km 정도 되지요. 거리는 길지만 길이 좋아서 10시간 정도 종주하는 산꾼들도 있어요. 개와 호랑이 이야기 때문에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답사도 많이 오고요.”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남원 광한루에 있는 호석. 견두산 개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만들었다.

 

고 이사는 “밤재에서 견두산으로 오르는 길의 철쭉군락은 지리산 바래봉 철쭉에 버금갈 만큼 아름답다”고 말했다.

자귀나무 쉼터에 닿는다. 자귀나무는 여름이 되기 전 부채꼴의 분홍색꽃을 피우는 토종야생화이다. 밤에는 마주보던 꽃이 오므라들어 서로 껴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부부금슬이 좋아지는 꽃으로 알려져 있단다.

맞은편 지리산을 바라보니 아직도 노고단 머리에 묵직한 구름이 머물러 있다. 견두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구름이 벗겨지지 않아 걱정스럽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벗겨졌으니 시간이 약이리라.

자귀나무 쉼터를 지나 견두산을 1.2km 남겨둔 지점이 계척봉이다. 별다른 특징이 없어 그냥 지나치니 앞으로 가야 할 견두산이 빤히 보인다. 견두산 봉우리를 전체적으로 볼 수 없어 산 이름처럼 개의 머리를 닮았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다.

고도를 한 번 확 낮췄다가 다시 가파른 나무계단에 선다. 숨이나 돌리자 하고 뒤돌아 봤더니 지리산 주능선의 조망이 황홀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앙의 반야봉(1,732m)을 중심으로 좌측으로는 만복대(1,438m), 우측으로는 노고단(1,507m)이 힘찬 산줄기를 이루고 있다.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능선을 계속 이어 우측의 마애여래입상(전북 유형문화재 제199호)을 살펴보고 드디어 견두산 정상에 섰다.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지리산 쪽으로 향했다. 노고단 정상 부근에 내린 하얀 눈이 보일 정도로 조금은 시야가 나아졌다.

견두산에는 가운데 자리를 ‘숙부인남원윤씨 묘’가 차지하고 있고, 서쪽과 동쪽에 각각 2개의 정상석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남원에서, 하나는 구례에서 세운 것이란다. 두 개의 정상석을 하나로 만들어 세우는 게 더 모양새가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견두산에서 내려와 1시간 만에 둔사재로 내려선다. 지금은 산 아래로 고속도로 터널이 뚫려 이용하는 이가 없지만 과거 이 고개는 보부상과 소장사꾼들이 남원과 구례를 드나들던 길이었다.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견두산 정상 직전 암봉 조망터.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천마산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천마산은 견두산에 비하면 산길이 거칠다. 아니, 사람의 발길이 덜 닿았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지맥종주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굳이 견두산~천마산 능선을 이을 이유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산 정상에는 통신탑이 있어 임도가 잘 연결되어 있기에 차를 타고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 개 해 첫 일출을 바라보기 좋은 곳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1 견두산 정상에는 남원과 구례에서 각각 세운 정상석이 2개 있다. 사진은 남원에서 세운 정상석이다. 2 견두산 정상 직전에 만나는 마애여래입상(전북 유형문화재 제199호).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 견두산에서 천마산으로 가는 능선은 완만한 숲길이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완만한 능선을 걸어 망루 터와 상무봉을 지나 천마산 정상에 닿는다. 너른 공터에 지리산 쪽으로 나무데크 조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천마산 정상은 일출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남원, 구례, 곡성 쪽에서 편하게 오를 수 있기에 신년 해맞이 때는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했다. 

“구름이 많이 없어졌네요. 노고단에 눈 쌓인 것 좀 봐요. 진짜 멋있네요. 역시 지리산이에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것이 지리산 일출이라 했던가. 하지만 요즘 덕을 쌓기는커녕 쌓았던 덕도 모조리 빼먹고 있는 터라 이 정도 조망이 나타난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다. 흰 눈을 머리에 인 노고단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황금개띠의 해’를 맞이해 오른 견두산은 개와 호랑이에 관한 재미있는 전설과 지리산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해 주는 산이었다. 견두산에서 백성을 괴롭히던 들개 떼들은 이제 등산객에게 좋은 구경거리 선사하는 귀한 ‘황금 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개머리에서 지리산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무술년 첫날의 해를 맞는 경험은 오로지 견두산에서만 할 수 있다. 무술년에 견두산을 찾아봐야 할 큰 이유다.

견두산~천마산

774.7m, 656.1m
전북 남원시 수지면, 전남 구례군 산동면, 전남 곡성군 고달면

산행거리 약 11.5km(밤재터널부터)
산행시간 약 5시간 20분
산행난이도 중하(초반 견두산까지만 다소 가파른 오르막 이후는 완만한 능선)

 

[신년특집 | 황금개띠의 산들 | 남원·구례·곡성 견두산~천마산 르포]

산행길잡이

남원 방향에서 밤재터널을 통과하면 오른쪽에 견두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이곳에서 밤재 주차장까지 걸어서 1시간(2.1km) 정도 걸린다. 숲길을 따르면 1.2km로 단축할 수 있다. 승용차도 오갈 수 있다. 밤재에서 나무계단을 올라 은근한 오르막길을 오르다 급경사를 지나면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암봉 조망대가 나온다. 암봉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견두산마애여래입상이 있고 이내 견두산 정상에 닿는다. 견두산에서 천마산까지는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 이어진다. 견두산~천마산 정상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천마산 정상에서 깃대봉 방향으로 내려서면 곧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 내려서도 되지만 ‘깃대봉 2.32km·천마산 0.08k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숲길을 따르고, 다시 임도와 만났다가 차단기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왼쪽 숲길을 따르면 좀더 빨리 하산할 수 있다. 최종 하산지점은 구례 쪽 고산터널 입구 쉼터다. 천마산에서 약 1.8km. 남원 쪽으로 되돌아오려면 콜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거리가 멀고 도경계를 넘으므로 무척 번거롭다. 처음부터 승용차 2대를 운영해 날머리에 두는 편이 낫다.  

교통

승용차로는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나들목으로 나와 ‘구례, 남원’ 방면으로 간다. 17번국도를 따라 방자교차로까지 간 후 그대로 직진, 19번국도로 갈아타고 계속 직진하면 천왕봉휴게소를 지나고 밤재터널을 빠져나와 곧바로 오른쪽에 등산로 이정표와 공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밤재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가거나 승용차로 갈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남원으로 와 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다. 남원시청을 기점으로 1만5,000원 정도 나온다.

숙식(지역번호 063)

밤재 들머리는 구례보다는 남원 쪽이 더 가깝다. 남원읍내나 주천면에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는 편이 낫다. 남원시내엔 모텔이 많다. 시청 주변에 발리모텔(625-7800), 로망스모텔(632-2536), 우와모텔(632-0892) 등.

밤재로 가는 국도변에는 57번지게스트하우스 (625-6657), 궁모텔 (636-6666)등이 있다.

남원은 추어탕이 유명하다. 새집추어탕 (625-2443)은 남원추어탕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이다. 3대원조할매추어탕(632-0535), 가마솥추어탕 (635-7589), 흥부골남원추어탕(636-5686) 등도 유명하다. 깜돈(635-5092)에서는 흑돼지고기를 낸다. 남원 이조갈비(635-7073)는 돼지갈비(9,000원)가 맛있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