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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만리포니아' 서핑 즐긴 뒤 석양 바라보며 맥주 한잔…서해에서 건져올린 낭만

by 白馬 2017. 9. 2.

[충남 태안에서 즐기는 가을]

만리포에선 누구나 서퍼
수심 얕고 파도 다양 수도권에서도 가까워
부담 없이 서핑 가능 스릴만점 짚라인도 인기

석양이 나를 어루만지네
할매·할배 바위 유명한 꽃지해수욕장 일몰 일품
바다·기암괴석 어우러진 학암포도 핫플레이스

모래언덕과 소나무 숲
천연기념물 신두리 사구 '최종병기 활' 촬영한 곳
안면도 소나무 휴양림선 피톤치드 삼림욕 필수

가을의 전령(傳令)이 서쪽 바다에서 날아들었다. 꽃게잡이가 시작된 '충남 태안'의 바다다. 금어기(禁漁期)가 끝나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수게를 부지런히 건져올리는 계절. 가을은 어느새 바다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처서(處暑)가 지나자마자 선선해진 바람과 높아지는 하늘에서 오는 가을을 느끼면서 태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을을 먼저 만나고 싶었다.

559.3㎞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30개 해변과 바다 위 점점이 떠 있는 114개 섬. 오랜 세월 바다가 빚어낸 태안의 풍경을 만나기에 가을은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한산해진 해변에서 서해의 운치를 즐기기에도 아름다운 낙조(落照)에 취하기에도 좋다. 선선한 바람 맞으며 숲과 해변을 거닐며 여유 부리다 입맛 돋우는 풍성한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서핑하기 좋은 가을을 맞아 만리포해수욕장엔 파도를 즐기려는 서퍼(surfer)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캘리포니아 해변을 닮았다 해서 '만리포니아'란 별칭까지 생겼다. 이미 시작된 태안의 가을, 놓치면 아쉬울 풍경들을 만났다.

바람이 만든 모래언덕, 소나무 숲 사이 걸어볼까

태안은 서산과 맞닿은 동쪽 일부를 제외하면 삼면이 바다를 접하고 있는 반도(半島)다. 길고 긴 해안선 따라 밀물과 썰물이 수없이 오가며 만들어낸 30개 해변이 이어진다. 만리포·꽃지해수욕장처럼 이름난 해변도 좋지만 새로운 해변을 찾아가는 것도 태안 여행의 즐거움이다.

신두리해수욕장은 오랜 세월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언덕인 해안사구(海岸沙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신두리 해안사구는 해변을 따라 길이 3.4㎞, 폭 0.5~1.3㎞ 규모 구릉을 이루고 있다. 사막 같은 황량한 모래언덕은 '한국의 사막'으로 불리며 영화 '최종병기 활', '마더' 등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보존을 위해 진입을 제한하고 지정된 산책로로만 통행할 수 있다. 초목 우거진 지금의 해안사구는 사막보다는 초원이나 제주 오름을 닮았는데 모래 쌓인 능선 일부는 해안사구다운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다. 산책로를 유유히 걸으며 풍경을 즐기다 전망대에 오르면 해안사구와 해수욕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신두리사구센터(041-672-0499)에 먼저 들러 해안사구의 형성과 중요성 등 사전 정보를 확인하고 둘러봐야 보이는 것이 더 많다.

인근에 해안사구가 만들어지면서 바닷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습지가 된 두웅습지가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2007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으로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맹꽁이, 표범장지뱀 등이 서식한다. 습지 생태를 관찰해볼 수 있도록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태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나무 숲 산책도 놓치지 말자. 안면도 소나무는 예로부터 재질이 뛰어나 선박 제조와 궁궐 건축에 사용돼 고려 시대부터 나라의 특별 관리를 받은 귀한 몸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041-674-5019)엔 안면송(安眠松)이라 불리는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위엄이 넘치는 적송은 곧게 뻗어 올라 큰 그늘을 만들었고 쉬지 않고 피톤치드를 뿜어낸다. 소나무 숲을 따라 삼림욕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휴양림과 수목원에 걸쳐 조성돼 있다.

서해만의 묘미, 석양(夕陽)에 취하다

누가 뭐라 해도 서해 여행의 백미(白眉)는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눈에 담는 일.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해는 붉었다 푸르렀다 형언할 수 없는 색을 발하며 눈과 마음을 취하게 한다.

태안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이다.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해변으로 이곳의 낙조는 서해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서해라고 언제 어디서나 일몰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계절마다 해가 지는 방향이 달라진다. 꽃지해수욕장에선 비교적 실패 없이 석양을 즐길 수 있다. 금실 좋은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서린 할매 바위와 할배 바위 사이로 해가 떨어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 썰물 땐 모래톱이 드러나 두 바위를 이어주는데 이때의 풍경도 색다르다. 일몰 30분 전부터 서서히 물들어가는 하늘은 오렌지빛과 푸른빛이 뒤섞이며 바다를 물들인다. 신비롭다. 드디어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지면 감탄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수평선 아래로 해가 사라져도 한동안 오묘한 빛의 여운이 하늘과 바다 빛에 감돈다.

학이 노닐던 바위가 있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학암포해수욕장의 일몰도 아름답다. 넓은 해변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석양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물이 빠지면 펼쳐지는 갯벌은 탄탄한 모래가 깔려 있어 걷기에 좋다. 작은 물고기나 조개를 잡으며 놀기에도 좋아 일몰 때문이 아니라도 찾아갈 만하다.

구례포해변을 지나 굽이굽이 숲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먼동해변은 숨어 있는 낙조 명소다. 작은 해변이지만 거북이를 닮았다는 거북 바위와 그 위에서 자라난 두 그루 소나무가 붉은 석양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암매'라고 불렸던 이 해변은 1993년 방영된 드라마 '먼동'을 촬영한 뒤로 먼동해변으로 불리는데 이후에도 '야망의 전설', '불멸의 이순신' 등의 드라마를 촬영했다.

안면도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연결하는 해상인도교 대하랑꽃게랑도 아름다운 석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조선 인조 때 운하 건설로 섬이 된 안면도는 1970년 연륙교가 놓이면서 태안반도와 이어졌다. 지금은 안면대교가 놓였는데 이 해상인도교는 걸어서 안면도로 갈 수 있는 색다른 길이다. 멀리서 보면 꽃게를 닮은 다리 양쪽 항구에선 꽃게와 대하가 많이 잡힌다. 다리 위에서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볼 수 있고 해가 지면 색색의 조명이 들어와 걷는 재미를 더한다.

서핑하고 짚라인 타며 색다르게 즐기는 만리포

서해 3대 해변으로 불리는 만리포해수욕장은 요즘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로 북적인다. 여름 피서객이 사라진 바다엔 가을의 파도를 즐기려는 서퍼들이 자리를 메웠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선셋서핑'을 즐길 수 있는 만리포는 서해 유일 서핑 포인트다. 서핑족들과 넓은 해변이 어우러진 이색 풍경이 캘리포니아를 연상시킨다 해서 '만리포니아'라고도 불린다.

"서해에서 서핑이 가능하냐고 다들 의아해하는데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 만리포는 수심이 얕고 파도가 다양하게 들어와 초급부터 고급까지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랍니다." 만리포해수욕장 유일의 서핑 전문숍 MLPSurf(010-4785-5199) 이형주(40) 대표의 말이다. 재작년부터 만리포를 찾는 서퍼들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파도가 좋은 날에는 400명 이상 몰린단다. 이 집에선 서핑 입문자들을 위한 강습(8만원, 슈트·보드 대여비 포함, 사전 예약 필수)을 받을 수 있다. 샤워 시설을 갖추고 서핑 관련 용품도 판매한다.

만리포 바다 위를 아찔하게 날아가며 스릴을 만끽하는 짚라인도 색다른 추억을 남기는 법이다. 만리포 해변 동쪽에 자리한 만리포 짚라인(010-3835-4113)은 최대 26m 높이에서 뛰어내려 560m를 활강한다. 1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만리포의 풍광이 새롭다. 토·일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45분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1인 1만5000원, 20㎏ 미만 소인은 보호자와 함께 이용 가능하다.

[바다를 품은 태안의 맛]

얼큰한 꽃게·김치 게국지로 속 풀어주고
살 통통하게 오른 꽃게장에 밥 비벼먹고


바다에 둘러싸여 해산물이 풍부한 태안에서 식도락(食道樂)을 빼놓을 수 없다.

통나무집사람들

태안의 별미인 '게국지'로 유명한 집. 게국지는 원래 김장하고 남은 배추 겉껍질이나 우거지·무청 등을 소금에 절이고 게장 국물, 젓갈로 간을 한 김치나 이걸 끓여낸 찌개를 말한다. 요즘은 김치를 주재료로 꽃게를 넣고 끓여내는데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입맛을 돋운다. 꽃게탕과 닮았지만 된장을 풀지 않고 김치찌개와 달리 배추 맛이 살아 있다. 호박·무 등을 넣어 직접 담근 김치는 3~4일 숙성시키고 태안에서 잡은 꽃게와 게장 국물을 넣어 푹 끓이는데 별도의 육수 없이도 김치와 꽃게에서 국물이 우러나 맛의 중심을 잡아준다. 게국지 맛에 힘을 보태는 고소한 간장게장과 태안에서 난 제철 재료와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밑반찬도 만족스럽다. 당일 판매량 소진 후 문을 닫으니 사전 예약 필수. 게국지 4만~6만원, 간장게장 1인 2만3000원. 충남 태안군 원북면 원이로 447-15, (041)672-1600

바다꽃게장집

봄에 잡은 태안 꽃게로 담근 간장게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30여년 전 횟집으로 문을 열었지만 게장 맛있기로 소문나면서 3년 전 꽃게장집으로 아예 간판을 바꿔달았다. 씨알 굵은 게장은 살과 알이 꽉 차 있다. 후루룩 살을 발라 먹다 등딱지에 밥을 비벼 김에 싸서 한입 넣으니 입안에서 고소함이 절정을 이룬다. 직접 담근 어리굴젓과 밑반찬, 시원하게 끓여낸 바지락탕까지 한 상 푸짐하다. 꽃게게장 1인분 2만8000원, 꽃게게탕 1인분 2만8000원. 태안군 태안읍 능샘1길 45, (041)674-5197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충남 태안에서 즐기는 가을
대하 최대 집산지인 백사장항에선 가을 제철을 맞아 대하 축제가 열린다. / 백사장항 대하축제추진위
태안 백사장항은 전국 최대 '대하' 집산지다. 가을은 대하가 가장 맛있는 계절.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가 물오른 대하를 맛볼 수 있다. 백사장항에선 9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대하축제를 연다. 제철 맞은 대하를 맛보고 즐기며 체험·문화 행사까지 둘러보기 좋다. 싱싱한 대하는 안면도 수산업협동조합 백사장 어판장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제철 맞은 꽃게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1길 124, 010-5426-9206

교통편: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해미·홍성IC 진입 후 태안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32번 국도와 남북을 잇는 77번 국도,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 가능하다. 철도가 없는 태안은 장항선은 홍성역, 경부선과 호남선은 천안역에서 하차해 시외버스를 이용해 태안으로 이동할 수 있다. 고속, 시외버스는 태안터미널과 안면터미널 이용하면 된다. 매주 토·일요일 10인 이상 모집 시 시티투어를 운행한다. 사전 예약 필수.

숙박: 학암포오토캠핑장(041-674-3224)은 태안 해안탐방로와 학암포해수욕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몽산포오토캠핑장(010-5408-6868)은 소나무 숲속에서 캠핑할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 내 가든하우스는 홈페이지(
chollipo.org) 예약 후 이용 가능하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숲속의집, 산림휴양관에서 숙박 가능하며 홈페이지(anmyonhuyang.go.kr)에서 예약해야 한다. 리솜오션캐슬(041-671-7000)에선 스파와 꽃지해수욕장의 낙조를 즐길 수 있다.

가볼 만한 곳: 공룡 화석과 자연사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안면도 쥬라기박물관(041-674-5660)은 아이들과 방문하기 좋다. 팜카밀레 허브농원(041-675-3636)은 수백종의 허브, 야생화 등을 관람하기 좋다.

유용한 사이트: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는 물때를 사전에 확인하면 안전하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태안군청 홈페이지(taean.go.kr)와 국립해양조사원(khoa.go.k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해양수산부의 '조석예보'등 관련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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