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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별미 찾아 가는 산행] '섬진강의 비아그라' 벚굴

by 白馬 2009. 5. 12.

       [별미 찾아 가는 산행] '섬진강의 비아그라' 벚굴

       “음~, 섬진강 봄맛이구먼!”
       어른 손바닥보다 큰 벚굴…벚꽃 필 무렵에 맛이 가장 좋아
  

섬진강은 봄을 부르는 강이다. 강마을을 뒤덮었던 매화가 지고 나면, 산수유가 피고, 산수유가 스러질 무렵이면 벚꽃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만큼 섬진강의 봄은 아름답다. 어디 그뿐인가. 이 즈음이면 바다에서 돌아온 은어가 강물을 거슬러 오르고, 강바닥의 재첩은 살이 오르기 시작한다. 거기에 또 하나. 섬진강 하구 물속 바위에서는 속살이 꽉 찬 벚굴이 활짝 꽃을 피워낸다. 일반 굴보다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맛도, 영양도 뛰어난 벚굴. 섬진강 하구에 솟은 광양 백운산과 엮으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 고소한 맛이 아주 일품인 벚굴찜. 집에서도 손쉽게 먹을 수 있다.

섬진강의 끝자락 망덕포구. 아름드리 벚나무 수십 그루가 꽃망울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는 아담한 포구를 지나면 해안선을 따라 죽 늘어선 횟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망덕포구의 횟집들은 대부분 벚굴구이를 차리지만 이곳에서 유일하게 벚굴 채취권을 가지고 있는 곳은 청아수산이다.


안주인 구순자(47)씨가 마침 벚굴을 정리하고 있었다. 바깥주인 이성면(53)씨는 아침 일찍 배를 타고 나가 섬진강에서 벚굴을 채취하는 중이다.


“벚굴은 설날을 전후해서 채취 작업을 시작하지요. 물론 이처럼 한겨울에도 채취하지만, 벚굴이 가장 맛있을 때는 3~4월이지요. 그 중에서도 벚꽃 필 때가 최고예요.”


보통 굴은 봄이 되면 알에 독성이 생겨 먹을 수 없다. 그러나 벚굴은 겨울이 시작된 1월부터 늦으면 5월 초까지도 먹을 수 있다. 벚굴은 보통 굴보다 늦은 5월이 지나서야 알에 독성이 생기기 시작한다.


벚굴은 강하구에 서식하는 굴의 한 종류로서 ‘강에서 나는 굴’이라 하여 강굴이라고도 불리는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벚꽃이 피는 시기에 먹는 굴이라 하여 벚굴이라 불렀다 한다. 발음에 따라 벅굴이라고도 한다.


▲ 섬진강 끝자락에 있는 망덕포구. 벚굴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섬진강의 봄소식을 알려주는 메신저
벚굴은 섬진강변에 벚꽃이 필 무렵인 4월 초순 무렵에 가장 씨알이 굵고 맛도 좋다. 이 무렵의 벚굴이 가장 맛있는 까닭은 얼었던 계곡이 풀리고, 봄비가 몇 차례 내리면서 들판의 각종 영양소들이 강물에 섞이고, 벚굴이 이를 섭취하면서 씨알이 굵어지고 맛도 한층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 굴과 벚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벚굴은 우선 크다. 일반 굴에 비해 껍질의 면적이 어림잡아 10배 정도는 될 듯하다. 생김새는 환경에 따라 변화가 많지만 주로 원형에서 정타원형에 가깝다. 크기는 평균 15cm가 넘고 큰 것은 30cm나 된다. 껍질만 큰 게 아니라 속살도 매우 탱글탱글하다. 맛도 일반 굴보다 훨씬 부드럽고 향도 진하다. 또한 일반 굴보다 비타민과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도 만점이고, 피부 미용에도 효능이 으뜸이라 한다.


벚굴은 염분 농도가 10~25% 정도인 기수역(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에서 자란다. 즉 염분이 가장 낮은 물에서 자라는 종이다. 예전에는 낙동강과 금강 기수역에도 벚굴이 서식했지만, 강에 하굿둑이 생기면서 바닷물과 민물의 소통이 막히자 벚굴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 청아수산 이성면 사장이 채취한 벚굴을 배에서 내리고 있다. 보통 하루에300~400kg 정도를 채취한다.

섬진강에서 벚굴이 자라는 영역은 망덕포구부터 섬진강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 지역의 하동 고전면 선소마을까지 약 4~5km 구간이다. 이 부분은 바닷물 60%, 민물 40% 정도로 섞여 있어 벚굴이 자라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수심 5m를 기준으로 아래는 강물, 위로는 바닷물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흐른다. 이렇게 바닷물과 민물이 반대로 흐르면서 자연스레 염도가 맞아 벚굴이 잘 자라는 것이다. 물론 벚굴은 종패를 뿌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 강바닥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순수 자연산이다.


굴 채취는 갯벌이 발달한 서해안에서는 바닷물이 빠졌을 때, 수심이 깊고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크지 않은 남해안에서는 양식장으로 배를 타고 가서 건져 올린다. 반면 섬진강 벚굴은 수심 10m 내외의 물속 바위에 붙어서 서식하기 때문에 잠수부가 들어가서 따온다. 이 채취 작업을 ‘벚굴을 뺀다’고 표현한다.


잠수부는 산소 호스를 연결해서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보통 한번 들어가면 물속에서 10분쯤 작업한다. 잠수부 말에 따르면 물속으로 들어가 보면 바위에 붙어 허연 입을 벌리고 먹이를 먹는 벚굴의 모습은 마치 벚꽃이 핀 것처럼 장관이란다. 굴을 ‘석화(石花)’라고 부르는 까닭도 이렇게 바위에 핀 꽃 같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벚굴 채취작업은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물때에 따라 날마다 다르지만 보통 아침 8~9시 무렵에 나가면 오후 4~5시쯤 포구로 돌아온다. 한 사람이 하루에 300~400kg 정도 채취한다. 이 중에서 잠수부의 몫은 25%. 일반인보다 수입은 많지만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간만의 차가 심한 날(7물·8물)은 작업을 하지 않는다. 이때를 ‘시’라고 하는데 강바닥의 돌멩이가 휩쓸려 나갈 정도로 물살이 세기 때문에 위험하다.


한입에 다 먹기 벅찬 벚굴


청아수산은 벚굴 채취만 할 뿐 아쉽게도 횟집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청아수산 안주인의 소개로 벚굴 맛을 보기 위해 배알도횟집으로 갔다. 횟집 여주인은 다짜고짜 벚굴을 하나 까서 내민다. 껍질이 신발짝 만해 그런 줄 알았는데, 내용물인 속살도 손바닥만하다.


“한입에 후루룩 다 먹어야 해요.” 주인은 한입에 통째로 삼키라 한다. 그래야 더 맛이 좋다며. 이를 어찌 한입에 먹는다는 말인가.


▲ 청아수산의 안주인 구순자씨가 벚굴을 망에 담고 있다.

벚굴을 날것으로 먹을 때는 속살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먹어야 한다. 굴의 내장에 향과 영양분이 가장 많은데, 내장을 분리하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고. 물론 익숙지 않은 사람이 어른 손바닥만한 속살을 한 번에 먹으려면 조금 부담스럽지만 부드러운 속살을 한입에 쏙 빨아들여 씹으면 된다. 벚굴 맛? 첫 번째 맛은 짭조름한 바다맛이고, 두 번째는 달달한 민물맛, 세 번째는 입안 가득 향기로운 굴 특유의 맛이다. 그리고 여운이 남는 마지막 맛. 그건 바로 섬진강의 봄맛이다. “음, 이게 바로 섬진강 봄맛이로군!”


그러나 보통 사람은 이렇게 날것으로는 대여섯 개 이상 먹기 어렵다. 그 다음 방법은 구워 먹는 것이다. 망덕포구의 횟집은 대부분 이 벚굴구이를 한다. 화로에 벚굴을 얹어놓으면 잠시 후 보글보글 끓으면서 입을 살짝 벌린다. 다 익은 상태다. 그러면 칼로 껍질을 벌리고 속살을 먹으면 된다. 구워 먹는 맛은 날것과는 달리 매우 고소하다. 굽는 과정에서 껍질에 고인 즙은 그냥 마시면 된다. 짭조름한 맛에는 영양도 한가득이다. 구이도 열 개만 먹으면 배가 부르다.


▲ (좌)벚굴을 날것으로 먹을 때는 부드러운 속살을 한입에 쏙 빨아들여 씹으면 된다.(우)익은 벚굴은 칼로 껍질을 벌려야 먹을 수 있다. 손을 다칠 염려가 있으므로 꼭 장갑을 껴야 한다.

벚굴구이를 먹을 때 식당에서는 묵은지도 함께 준다. 벚굴을 이 묵은지로 둘둘 말아서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다. 굴껍질에 묵은지를 넣고 익히면 또 색다른 맛이다. 벚굴구이 5kg 정도면 식성 좋은 어른 2명이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초장이나 양념장, 고추냉이, 겨자 등에 찍어 먹는다.


만약 망덕포구에서 벚굴을 구입해 집에서 손수 벚굴 요리를 맛보려면 찜이 가장 무난하다. 벚굴찜을 할 때는 우선 찬물로 흙을 씻은 다음 찜통에 차근차근 넣고 찌면 되는데, 이때 물은 맥주컵으로 한 컵 분량 정도만 부어야 한다.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싱거워져 굴 맛이 떨어진다고.


날것으로 먹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굴 끝부분을 칼등으로 톡톡 쳐서 1cm 정도 잘라낸다. 그 다음 껍질 틈으로 칼을 집어넣으면 쉽게 열린다. 굴 껍질이 워낙 날카롭기 때문에 이 작업을 할 때면 반드시 목장갑이나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하는 게 좋다. 그래야 손을 다치지 않는다.


▲ 배알도횟집 아들 강철씨가 벚굴 껍질에 묵은지를 올려놓고 익히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갈수록 점점 수확량 줄어
벚굴구이로 배를 불린 오후 5시 무렵, 벚굴 채취를 마친 5t짜리 운영호가 수면을 가르며 달려와 선착장에 닿았다. 오늘 수확량은 300kg. 평균치다. 그런데 선장의 얼굴이 어둡다. 요즘 벚굴 수확량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3분의 1 수준이지요. 섬진강댐이 생기면서 민물 흐름이 불규칙해지는 바람에 벚굴 수확량이 많이 줄어드는 거죠. 게다가 섬진강 모래를 채취한다며 바닥을 파헤치면서 바닷물이 평사리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오히려 벚굴 서식지가 줄어들었답니다.”


또 몇 년 전에는 수자원공사에서 갑자기 수문을 열어 물을 한꺼번에 방류해 종패가 유실되는 바람에 피해가 아주 컸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대도시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물량이 달린다. 일본 바이어가 강굴을 달라고 하는데도 못 보낸다고.


벚굴 자랑을 부탁하자 선장의 얼굴이 이내 밝아졌다.
“벚굴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청정지역에서 잡기 때문에 비브리오나 디스토마 걱정을 안 해도 좋아요. 비브리오는 민물에, 디스토마는 바닷물에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벚굴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적합한 건강식인데, 바람둥이로 유명한 카사노바가 굴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이성면씨는 우스갯소리로 “만약 카사노바가 이 벚굴을 알았더라면 훨씬 더 명성을 날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벚굴을 ‘섬진강의 비아그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벚굴은 4월에 가장 맛있답니다. 섬진강 하구 망덕포구에 와서 벚꽃 경치도 즐기고, 벚굴도 맛보세요.”


그이의 자랑이 아니더라도 봄이 한창 무르익는 4월에 벚꽃을 감상하며 벚굴을 먹는 맛. 과연 일품이겠다.


여행정보


>>숙박
망덕포구 입구에 다이아모텔(061-772-8898), 비치모텔(061-772-7727)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해안가에는 횟집은 많아도 숙박할 곳은 마땅치 않은 편이다. 숙박은 차라리 백운산 입구에서 하는 게 낫다.


>>별미 
벚굴구이
망덕포구에는 30여 개 횟집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는데 이 중에서 배알도횟집(061-772-3798), 하나로횟집(061-772-3637), 망덕횟집(061-772-2043) 등 10여 곳에서 벚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벚굴로는 회·구이·찜·전·찌개·죽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이곳 망덕포구 식당에서는 화덕에 껍질째 구워내는 벚굴구이가 주를 이룬다. 상에는 초장과 묵은지가 올라온다. 벚굴을 묵은지에 싸 먹으면 맛이 더 담백해진다. 어른 2~3명이 먹을 수 있는 5kg 3만 원, 4~5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10kg 6만 원. 굴죽 5,000원(2인분 이상 주문 가능).


망덕포구의 청아수산(061-772-4696, 010-8867-4696)은 벚굴 채취권만 갖고 있을 뿐 식당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벚굴 한 망(20kg) 4만 원.


>>교통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고속도로)→진주 분기점→남해고속도로→진월 나들목→1km→망덕포구 /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진월 나들목→1km→망덕포구(4시간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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