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지도 위를 걷다] 험상 궂지만 ‘일급 조망’ 품은 산

白馬 2025. 2. 20. 08:02

완주 운암산·대아산

 

운암산 두 번째 소나무 조망처에서 바라본 대아저수지 일대. 하늘과 산그리메, 소나무와 저수지의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1 첫 번째 산행코스 _ 운암산
 

깎아지른 바위 절벽 위 우아한 소나무

운암산은 그 모습이 이름과 똑 닮았다. 구름 운雲, 바위 암巖 자를 쓴다. 구름과 바위, 또는 구름처럼 높은 바위라는 뜻이다. 여기에 소나무를 더하면 완벽한 구성이다. 운암산은 아름다운 자태로 이름난 명품 소나무가 유명하다. 한겨울 소나무의 자태를 보고 싶어 이른 새벽 완주로 향했다. 

운암산에서 바라본 창포마을 일대.

 

구불구불 국도를 따라 대아저수지 입구에 들어섰다. 전망대 대아정 앞 주차장은 꽤 넓었다. 이곳에는 운암산 숲길 안내도와 쾌적한 화장실이 있었다. 손을 번쩍 들고 도로를 건너 들머리로 향했다. 굽이진 차도가 아찔해 종종걸음으로 재빠르게 건넜다. 

며칠 전부터 호남 지역에 큰 눈이 내린다고 했다. 아름다운 설경을 기대했건만 새하얀 눈은 금세 녹고 없었다. “휭~” 매서운 바람만 불어댔다. 들머리에는 정상까지 약 2.6km라고 표기된 안내판이 서 있다(매년 봄가을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는 산불예방 입산 통제로 등산로가 폐쇄된다). 화살표 방향을 따라 숲길로 들어섰다.

 

운암산을 오르는 방법은 총 다섯 가지다. 대아정에서 명품 소나무와 대아댐을 조망하며 걷는 코스(2.6km), 운암산 아래 소문난 맛집 운암상회와 창수상회에서 오르는 코스(1.4km), 산천마을에서 바로 오르는 코스(2.2km), 산천마을에서 저승바위를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3.2km), 그리고 인근의 왕사봉과 칠백이고지를 지나 운암산으로 내려가는 코스(약 14km)다. 

 

겨울 산은 눈부신 설경이나 탁 트인 조망이 나오기 전까지는 황량하기 그지없다. 정상 방면으로 오르는 내내 산은 쓸쓸했다. 초입의 숲길을 지나자마자 비탈진 오르막길이 시작됐다. 왼편으로는 완주 창포마을의 시골 풍경이 나뭇가지 틈으로 펼쳐졌다. 등산로 바로 옆에는 군부대의 유격훈련장이 있었다. 평일에는 이따금 훈련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운암산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이들의 암벽훈련 장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험난했다. 

운암산 저승바위 안내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취수 탱크를 지나자 경사가 더욱 심해졌다. 곳곳에 설치된 난간을 부여잡고 힘차게 올랐다. 비스듬히 본 바위 표면에서 반짝하고 빛이 났다. 언 바위는 도로 위 블랙아이스Black ice 같았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기 위해 온몸에 힘을 잔뜩 주었다.

곧, 명품 소나무가 우리 눈앞에서 자태를 드러냈다. 대아저수지와 멀리 운장산의 산군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산에서 만난 소나무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할 만했다. 운암산은 가파른 바위를 하나 지날 때마다 소나무 한 그루와 탁 트인 조망을 선물했다. 기분을 들뜨게 하는 산이 분명했다. 빨간색 난간을 부여잡고 올랐다가 황토색 밧줄을 꽉 쥐고 내려갔다. 구름과 바위 능선 사이로 세 그루의 소나무 조망처를 지나자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다. 

 

칠백이고지로 가는 등산로 찾기 어려움

초입부터 운암산 정상까지 거리가 3km 채 되지 않았다. 겨울 산을 더욱 만끽하고 싶었다. 저승바위를 지나 칠백이고지로 오르기로 했다. 정상을 지나자마자 수북이 쌓인 낙엽이 보였다. 연속으로 등장했던 빼어난 자태의 소나무 자취를 감췄다. 대아호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낙엽 사이로 살얼음이 뒹굴었다. 그 위에서 우리는 계속 넘어졌다. 햇살이 닿지 않는 그늘지대는 더욱 미끄러웠다. 낙엽 아래 바위가 숨어 깜짝 놀래키기도 했다. 엉덩이뼈가 부서질 듯 넘어지고 나니, 겨울 산을 만끽하고자 했던 몇 분 전의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저승바위는 그 이름만큼 오싹한 모양은 아니었다. 도봉산의 마당바위처럼 넓고 완만했다. 다만 바위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조금 아찔했다. 아, 이래서 저승바위인가? 우리는 이곳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돌렸다. 가파른 경사는 물론 난간과 밧줄을 잡고 오르락내리락하니 체력이 빠르게 소모됐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배낭에서 행동식을 꺼내어 먹었다. 

바위 표면이 모두 블랙아이스처럼 얼었다.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바위를 살금살금 내려서고 있다.

 

산천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관리가 덜 되어 있었다. 안내판이 몇 개 없었고, 칠백이고지 방면으로 갈 때 나타난 마지막 안내판은 심지어 부서져 있었다. 칠백이고지 팻말만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왜냐하면 팻말의 화살표가 등산로 방향 말고 땅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땅으로 들어가란 뜻인가?

길은 낙엽에 덮여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이정표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듬성듬성 보이는 등산 리본을 따라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낙엽을 헤치고 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는 결국 길을 잘못 들었다. 칠백이고지 방면으로 향하는 완만한 능선길을 코앞에 두고 왼쪽 길로 빠져 무명 봉우리를 타기 시작했다.

지도를 펼쳐 들고 방향을 다시 잡았다. 봉우리를 넘어 칠백이고지 방면 주 능선으로 다시 합류했다. 주 능선에 오르자마자 안전난간과 밧줄이 없는, 직각에 가까운 경사의 암벽이 나타났다. 우리는 엉거주춤 바위에 달라붙어 살금살금 발을 디뎠다. 바위 표면이 오후 햇살에 반짝거렸다. 얇은 살얼음 때문에 아찔하기도 했다. 

인터넷 지도를 살펴보니, 8km 지점에 마을 방향 하산 코스가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내려가기로 했다. 칠백이고지가 눈앞에 있었지만, 더 이상 나갈 힘이 없었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렸다. 인적이 드문 희미한 등산로는 낙엽이 수북했고, 그 사이로 눈이 얼어붙어 있었다. 우리는 내리막길에서 번갈아 가며 넘어졌다. 바위를 오를 때 힘을 잔뜩 주었던 허벅지가 쑤셨다. 

인터넷 지도에는 하산길이 멀쩡한 등산로로 표시되어 있었다. 지도를 믿고 내려갔지만 1km쯤 지나자 길이 끊어졌다. 계속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서 길을 만들면서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가 보였다.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빨간색 난간을 부여잡고 운암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운암산의 안전 난간은 모두 빨간색이다).

 

한겨울 산행이 아니었다면 ‘천천히 칠백이고지로 올라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해가 지기 전 바람은 더욱 차가워질 것이었다. 나는 안전하게 잘 내려온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도로를 따라 걸으며 따듯한 봄이 오면 다시 찾아오겠노라고 읊조렸다.

 

산행길잡이

운암산 산행은 대아정휴게소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아정휴게소에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대아정에 올라 대아저수지를 보고 산행을 시작하면 더욱 좋다. 운암산 정상 부근의 명품 소나무를 감상하고 운암상회·창수상회 방면으로 하산하거나, 바위 능선 풍경을 조망하며 산천마을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칠백이고지 방면으로 장거리 산행(약 12~15km)을 계획했다면 속도와 체력 모두에 신경 써야 한다. 암릉이 가팔라 이 구간에서 체력을 많이 소모할 수 있다. 동계 산행이라면 체력이 두 배로 든다고 할 수 있다. 칠백이고지에서 왕사봉으로 내려가는 코스와 맞은편 봉수대산을 경유하는 코스가 있다. 두 코스는 장거리 오지 산행의 매력을 갖고 있지만 등산로가 희미해 길을 헤맬 우려가 있다. 구간마다 인터넷 통신 상태가 좋지 못하므로, 종이 지도나 GPS 등을 준비할 것을 권한다.

 

교통

대아정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면 ‘대아정휴게소(완주군 고산면 대아저수로 534)로 가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전주역 또는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호출해야 한다. 요금은 대략 3만~4만 원(전주시에서 완주군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추가 할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산행을 마친 뒤, 전주로 이동하려면 매우 번거롭다. 택시가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호남선) 기준으로 약 3시간 걸린다. 이밖에 충청도와 전라도 등지에서는 1시간 안팎으로 들머리까지 갈 수 있다. 

 

맛집

운암산 2코스 들머리에 있는 창수상회가 유명하다. 2대째 운영 중인 곳으로, 주말이면 운암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산객들로 붐빈다. 일반적으로 대아정휴게소에서 정상으로 올랐다가 2코스로 내려와 식사를 마치고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인기다. 이 집은 전주 인근 맛집으로 소문났다. 메뉴 중 송어회가 가장 유명하며, 이밖에 새우탕, 잡어탕 등도 있다. 

계절 메뉴로 빙어튀김과 빙어회도 먹을 만하다. 생선을 즐기지 않는다면 닭볶음탕과 백숙을 시키면 된다. 참고로 ‘창수’는 1대 사장의 이름이다.

창수상회/문의 063-263-4039/주소 전북 완주군 동상면 대아저수로 661-4

 

 

2 두 번째 산행코스 _ 대아산
 

대아수목원 능선 타고 전망대 투어

간밤에 새하얀 눈이 내렸다. 언젠가 소셜미디어에서 눈이 소복하게 쌓인 대아수목원의 전망대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재빠르게 아침을 챙겨 먹고 길을 나섰다. 대아수목원은 완주군 동상면에 있다. 전라북도에서 운영하는 공립수목원이다. 자생종을 비롯해 식재종 및 원예종 등 총 2,683종의 다양한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다. 

대아호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아저수지. 영월의 한반도지형 전망대 풍경을 연상시킨다.

 

오전 10시 30분, 대아수목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눈 덮인 겨울 경치를 만끽하러 온 등산객이 여럿 보였다. 중년의 부부가 정답게 말을 건넸다.

“눈 보러 오셨나 봐요? 어느 코스로 올라가려고요? 우리는 집이 가까워서 여기 자주 와요. 임도 길로 산책하다가 가고 싶은 전망대 하나만 올라갔다 내려오려고요.”

 

나는 제1전망대부터 제2전망대와 경옥봉을 지나 제3전망대와 대아호전망대까지 모두 둘러볼 계획이었다. 수목원을 가운데 두고 제1전망대부터 제3전망대까지 오르락내리락 설경과 마주할 일을 기대했다. 나는 짧게 답했다.

“크게 한 바퀴, 전망대 다 둘러보고 오려고요.”

등산화 끈을 묶고 돌아서며 다시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늘 안전 산행하세요!”

그들은 고맙다며 손을 흔들었다. ‘산’을 배경 삼아 우리는 찰나에 친구가 됐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그 마음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부러 녹지 않은 눈길로 걸으며 산행을 시작했다. 수목원 입구를 지나 제1전망대 방향으로 올랐다. 잘 닦인 임도 길이 이어졌다. 키 작은 구상나무가 임도 길가에 줄지어 있었다. 괜스레 ‘툭’하고 가지를 흔들고 싶게 생겼다.

산행을 시작한 지 50여 분 지나 돌계단이 나왔다. 성큼성큼 올라 제1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는 으리으리했다. 궁전 같았다.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조망을 감상하기에도 좋았다. 탁 트인 조망이 시원스러웠다. 사이다를 들이킨 기분이었다. 우리는 여유로웠다. 날씨가 퍽 따뜻했기 때문이다.

새하얀 눈이 쌓인 등산로와 조릿대. 겨울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두 번째 전망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세 개의 전망대 중 가장 높은 곳이었다. 거기서 더욱 멋진 설경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조릿대가 줄지어 있는 등산로를 지나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길을 헤매고 싶어도 헤맬 수가 없는 길이었다. 수목원의 등산로 이정표가 100m마다 꼬박꼬박 나타났다. 하지만 곧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법 추워졌다. 나는 제2전망대까지 쉬지 않고 올라갔다. 얼마 안 가 침엽수원이 나타났다. 침엽수는 입이 뾰족한 바늘 모양의 나무다. 우리나라 대표 침엽수는 소나무와 잣나무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할 텐데, 흰 눈 위에 마련된 초록색 숲을 보니 이색적이었다. 대아산전망대 여행 포인트라 할 만했다. 

 

이어서 목재 계단과 완만한 구릉이 이어졌다. 안부의 낙엽길은 다소 미끄러웠다. 제3전망대에 갔다가 내려오는 등산객들은 모두 신발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었다. 

“내리막길이 꽤 위험해요. 아이젠 있으면 차고 가세요.”

“고맙습니다. 길이 많이 미끄럽나 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는 또 새해 덕담으로 답했다. 우리는 제2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출발했다. 경옥봉에 도착해 아이젠을 꺼냈다. 눈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제3전망대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금낭화 피는 늦봄엔 얼마나 더 아름다울지…

제3전망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전망대에 비해 낡고 허름했다. 사람들은 제2전망대까지만 가는 건가? 여기는 그냥 지나쳐도 된다는 듯 눈발이 더 많이 흩날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문득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3전망대는 첫째 돼지의 지푸라기로 만든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제2전망대는 둘째 돼지의 나무로 만든 집, 제1전망대는 셋째 돼지의 튼튼한 벽돌집이다. 추위가 엄습한 가운데 제3전망대에서 한숨 돌리고 대아호전망대로 향했다.

대아호전망대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수목원 일대는 과거 전국 8대 오지 중 하나였다. 1970년대 초 화전 경작이 중단된 후 일반인의 접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몇 해 전, 산행 중 길을 잃어 한참동안 헤맨 적이 있다. 일행과 함께 억지로 길을 만들어 올랐다. 그때 바위 사이에 끼어 있던 사탕 껍질을 보고 안도했다. ‘아! 근처에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나보다!’ 희망을 얻은 다음 금방 능선을 찾아 올랐던 기억이 났다. 

예전 기억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산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산이 아닐까’라는 퍽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사람을 마주치지 않은 탓이었을까? 아니면 흰 눈이 주변을 덮어서일까? 대아산은 깨끗한 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아호전망대는 얼마 전 공사를 마친 듯했다. 본래 수목원 주차장에서 대아산으로 바로 오르는 사람이 더 많았는데, 등산로가 위험하고 바위가 많아 발길이 점차 줄어들었다고 한다. 최근 대아호를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와 등산로를 정비했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아저수지의 풍경은 낭만적이었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눈송이 덕분에 분위기가 더 좋았다.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마치 영월의 한반도지형 전망대에서 바라본 본 풍경과 비슷했다. 그것보다 다소 뚱뚱한 한반도 모양이었다. 저수지 너머로 고산면에 있는 동성산(557m)과 안수산(554m)이 보였다. 화창한 날 대아호전망대만 올랐다가 내려가는 코스가 더 효율적일 것 같았다. 전망대 한편에 “내려가는 길은 제3전망대 방향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제3전망대 방면으로 쏜살같이 하산을 시작했다. 갈림길에서부터 금낭화 군락지까지 단숨에 내려왔다. 금낭화는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 무렵에 분홍색 꽃이 줄기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예쁜 모양을 뽐낸다. 이곳은 전국 최대의 금낭화 군락지다. 제3전망대에서 내려가면 왼쪽으로 금낭화 군락지가 이어진다. 한겨울 금낭화 군락지는 고요했다. 나는 문득 수목원의 늦봄이 궁금해졌다. 수많은 꽃이 피어나고 녹음이 짙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중 금낭화가 피는 여기 풍경이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 짐작했다. 

국내 최대 금낭화군락지가 있는 대아수목원.
 

금낭화 없는 금낭화 군락지를 지나면 구불구불한 임도가 나온다. 여기서 주차장까지 2km다. 이 길은 산림욕장과 표본 수원을 지나간다. 산림욕장을 지날 때는 나도 모르게 숨을 더 크게 들이마셨다가 뱉었다. 맑고 찬 공기 덕분에 온 몸이 신선해진 것 같았다. 산을 떠나기 전 고요하고 고즈넉한 대아산 풍경을 마음속 구석에 소중히 담았다. 

 

산행길잡이

대아수목원에는 총 다섯 개 코스가 있다. 관람 시간이 충분치 않거나 어린이, 노약자 등 등산이 어려운 사람은 풍경뜰과 산림문화전시관, 장미원, 수생식물원 등을 지나는 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면 좋다. 그보다 더 난이도 있는 등산을 하고 싶다면 제1전망대까지 왕복하면 된다. 3시간 정도 걸린다. 거친 등산보다 숲길을 선호한다면 순환임도 코스로 가면 된다. 열대식물원과 순환 임도를 따라 숲속 쉼터와 정자에서 경치를 누릴 수 있다. 대아수목원의 대표 식물은 금낭화다. 금낭화를 보면서 걷는 코스가 따로 있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코스는 제1전망대부터 대아호전망대까지 능선을 타고 전망대를 두루 걷는 길로 보통 걸음으로 4~5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전주역 또는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산·동상 방면으로 가는 300번, 535번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고산터미널에서 하차하면 되고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고산터미널에 하차한 후 동상(산천) 방면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배차 간격이 꽤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전주·익산에서 1시간(30~40km) 정도 걸린다. 대전에서 출발하면 1시간 20쯤 걸린다(70km).

 

맛집

완주에는 ‘완주8미’가 있다. 1미는 한우고기와 육회, 2미는 순두부 백반, 3미는 로컬푸드 밥상, 4미는 묵은지 닭볶음밥, 5미는 산채정식과 비빔밥, 6미는 민물매운탕, 7미는 다슬기탕, 8미는 참붕어찜이다. 

그중 2미 순두부 백반으로 유명한 집은 대아리순두부집(063-263-5126)이다.

 순두부는 바지락 순두부와 들깨 순두부(1만1,000원), 고기순두부(1만2,000원) 세 종류가 있고, 이밖에 콩비지 찌개와 짜박두부, 어린이돈가스 등이 메뉴로 있다. 이 마을은 곶감이 맛있기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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