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마실] 지리산 화엄사에 드리운 새봄…300년 피고진 홍매화 이야기
바람이 매서운 겨울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지리산 화엄사에는 유독 많은 눈이 쏟아졌습니다. 마치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산사에도 늘 그렇듯 생명은 싹트고 있습니다.
정중동 (靜中動).
멈춰 있는 듯 고요하지만, 어느덧 새봄은 우리 곁이 가까워졌습니다. 300년을 어김없이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 화엄매도 생동감 있는 봄을 선사하기 위해 마지막 겨울 바람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한 달만 견뎌 봅시다. 버텨 봅시다. 새 봄이 우리에게도 찾아오련지요.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대화엄사는 다음달 10일부터 30일까지 딱 3주간 화엄매 사진 콘테스트를 엽니다.
'화엄! 홍매화의 향기를 머금고…' 라는 슬로건으로 국가유산 천연기념물인 화엄사 화엄매를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사진에 담는 콘테스트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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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화엄매 사진 콘테스트 출품작
주지 덕문 스님은 "화엄사는 1,50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화엄사의 위치는 창건 당시 신라와 백제의 중간 지점이었습니다. 지금도 전라도와 경상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화엄사가 왜 이러한 곳에 자리 잡았는가?' 라는 의문에 '신라가 화랑도에게 화엄사상의 원융무애(圓融無碍)한 힘을 바탕으로 삼국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되었지만, 신라인과 백제인이 정신적으로 완전한 통일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엄사는 전쟁으로 승리한 신라인과 멸망한 백제인의 민심을 화합할 수 있는 불교의 사회적 역할인 치유와 백성의 민심 통일을 화엄사가 하게 된 것입니다."라며 운을 띄었습니다.
화엄사 홍매화인 '화엄매'는 한참 뒤에 심어졌지만, 300년 동안 지리산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어김없이 300년을 피고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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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화엄매 사진 콘테스트 출품작,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과 스님 곁을 함께하는 별칭 '넘버2' 고양이
스님은 화엄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2021년부터 연 홍매화·들매화 프로사진 및 휴대폰 카메라 사진 콘테스트를 통해 국민과 함께, 지역 주민과 함께 사찰이 휴식하는 공간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어 "1980년대 트라우마와 코로나19 트라우마, 현재 갈등과 혼란의 시대 속 트라우마를 잠시나마 홍매화를 지긋하게 바라보면서 추억과 경험, 역사를 담는 모습은 실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모습 같습니다."
"내 마음 속 향기로운 꽃이 있는가? 홍매화를 보며 자신의 행복도 담아 치유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의 인고를 이겨낸 화엄매의 가치를 통해 스님은 시대의 혼란까지도 염두했습니다. 그루터기같은 쉼터이길 바랬습니다.
그렇게 홍매화가 필 무렵 화엄사를 찾은 이가 지난 4년 동안 50만 명입니다. 지난 해에는 36일 동안 25만 5천 명이 다녀 갔습니다. 멀게는 4시간, 5시간을 달려와 잠시 몇 분, 몇 초를 바라봐도 좋았다는 이들입니다. 3대 가족이 어울려 사진을 찍고, 부부가 활짝 웃으며, 연인이 미래를 약속하며, 친구와 우정을 나누며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추억과 경험을 사진에, 마음에 남겼습니다.
전문 작가들은 애타는 한컷을 담기 위해 눈비를 맞으며 밤을 새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생명의 인고의 순간과 그것을 보고 느끼는 감동 드라마를 한컷에 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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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화엄매 사진 콘테스트 출품작
무엇보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안전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또 국가유산인 국보와 보물, 천연기념물이 있는만큼 자칫 손상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무허가 드론은 절대 안된다고 합니다. 반드시 1주일 전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화엄매를 마음에 담기에 아쉬움이 있다면 사진으로 남겨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수상작은 오는 4월 21일에 화엄사 홈페이지와 BBS불교방송을 통해 발표되고 시상식은 부처님 오신날인 5월 5일 화엄사 각황전 앞에서 열립니다.
별도로 홍매화 개회식은 다음 달 22일 오후 1시 30분 각황전 앞마당에서 열립니다. 당일 시인 현중순 작 '홍매화' 시 동판 제막식도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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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매 사진 콘테스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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