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강릉에서 만난 여행의 특별한 순간들

白馬 2025. 2. 18. 07:26

 

강원도 강릉, 익숙한 여행지라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특별하게 즐겨보자. 예컨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강릉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 나서거나 특정한 시간에만 드러나는 자연의 찬란한 순간을 접해보는 것이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과 장엄한 바다가 선사하는 감동적인 일출, 소원의 성지로 알려진 미지의 돌탑 그리고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솔숲까지, 겨울 강릉에서 펼쳐지는 여행의 흐름을 따라 떠나보자.

 

 

별빛이 쏟아지는 겨울밤 '안반데기 마을'

백두대간 닭목령을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면 고루포기산과 옥녀봉 사이에 위치한 안반데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1,100m 고산지대에 자리한 마을은 배추 수확이 끝나 고요하고 한적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고랭지 밭은 지명의 유래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곳은 우묵하고 평평한 지형을 가졌기 때문에 안반데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별을 보기 전, 먼저 일몰을 감상했다.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천천히 사라진다. 황혼에 물든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니 곧 별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청명한 하늘이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별을 서둘러 보고 싶었다. 일몰이 끝나기를 이렇게 바라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밤이 되니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찾아온다. 거센 바람까지 불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안반데기는 강릉 도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지만,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공해가 거의 없다. 별을 보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라는 뜻이다.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하더니 별들이 하나둘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밤이 깊어질수록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빛을 발한다. 눈으로 보아도 별이 쏟아지는 듯하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잊고 하늘과 하나 되는 순간. 그 어떤 방해도 없이, 별들의 아름다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겨울밤의 낭만은 이런 것이 아닐까.

일출 전망대가 별 관측에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안반데기에서는 길을 걷다가 어디서든 별을 만날 수 있다. 겨울은 긴 밤과 맑고 깨끗한 대기 덕분에 별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맑고 청명한 날씨를 먼저 확인하고, 달빛이 별을 가릴 수 있으므로 그믐달에서 초승달 사이의 날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안반데기 마을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길 428

- 문의 : 033-655-5119 (안반데기운유영농조합법인)

- 이용요금 : 무료

-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

 

 

겨울 일출의 찬란한 순간 '사근진해변'

강릉 여행 중 새벽이 기다려지는 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일 것이다. 겨울엔 해가 늦게 떠오르니 망설임 없이 새벽 바다로 발길이 향한다. 강릉의 해돋이는 어느 곳에서나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지만,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해변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경포호 근처에 자리한 사근진해변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킨다.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의 방파제는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새벽의 사근진해변은 파도 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릴 뿐, 적막감이 감돈다. 해맞이객 한두 명이 오가는 모습만 보인다. 해가 떠오르기 전, 수평선 위로 번져가는 붉은 여명이 시선을 붙잡는다. 새벽과 아침이 맞닿는 찰나, 경이로운 순간이다.

오전 7시 25분이 지나자 눈부신 광채와 활기로 가득한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검푸른 바다 위로 붉은빛이 스며들며 펼쳐지는 일출의 장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감싸며 겨울 추위조차 잊게 만든다. 일출 앞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소원이다. 희망과 염원을 담아 다가올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사근진해변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해안로604번길 16

- 문의 : 033-640-4925 / 033-660-3978

- 이용요금 : 무료

-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

 

 

26년의 시간, 3,000개의 돌탑에 깃든 이야기 '노추산 모정탑길'

한 사람이 26년 동안 돌탑을 쌓아 올렸다고 하면 쉽게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강릉에 살던 차옥순 할머니의 이야기다. 아들의 죽음과 남편의 정신질환 등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자 돌탑을 쌓기 시작한 것. 1986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3,000개의 돌탑을 세웠다.

그 숫자는 우연이 아니었다.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계곡에 3,000개의 돌탑을 쌓으면 집안의 평온을 되찾을 것'이라는 계시를 주었다고 한다. 이처럼 차 할머니의 돌탑은 간절한 바람과 희망을 담은 세월의 흔적이자,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이다.

노추산을 감싸고 흐르는 송천을 건너면 폭신한 솔잎이 깔린 모정탑길이 시작된다. 산책로의 길이는 약 1.2km로, 경사가 완만하여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울창한 소나무들이 길을 따라 나란히 서서 길을 안내한다. 30분 정도 걷다 보면 어른 키만 한 돌탑들이 늘어선 모습을 보게 된다.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돌탑이 차 할머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된 순간, 경이로움이 밀려온다. 알고 있었던 이야기지만, 이렇게 방대한 수의 돌탑을 마주하니, 그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또한 인간이 가진 힘과 의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차 할머니가 돌탑을 쌓으며 지내던 움막집도 있으니 함께 찾아보자.

노추산 모정탑길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산716

- 문의 : 033-647-2540 (대기리 정보화마을)

- 이용요금 : 무료

-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

 

 

솔향 강릉, 화려한 빛의 색을 입다 '강릉솔향수목원'

강릉의 슬로건인 '솔향 강릉'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 바로 칠성산 자락에 자리 잡은 강릉솔향수목원이다. 국내 최초로 소나무를 테마로 조성한 이 수목원은 강릉의 대표 수종인 금강소나무를 오랜 세월 자연 그대로 간직하다가, 2013년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수목원 곳곳에 금강소나무가 자리해 있어 발길 닿는 모든 곳에서 그 푸른 자태를 만날 수 있다. 겨울철에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소나무와 고즈넉한 숲의 정취는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하늘정원에 올라가 보자. 탁 트인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강릉 도심이 펼쳐지고, 멀리 동해의 푸른 물결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또한,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온실과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열대식물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강릉솔향수목원의 진가는 밤이 되면 드러난다. 솔숲을 밝히는 야간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월요일 휴원을 제외하면 연중 운영되는 이 특별한 시간에는 낮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 펼쳐진다. 수목원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화려한 조명은 방문객을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다.

주된 무대는 숲생태관찰로와 솔숲잔디광장으로, 나무데크를 따라가다 보면 이색적인 경관을 접하게 된다. 컬러풀한 조명을 받은 금강소나무는 마치 주인공처럼 우뚝 서 있고, 초록빛 레이저 조명은 숲속에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 모든 조명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건 바로 달빛. 은은한 달빛 아래, 화려하게 빛나는 솔숲을 거닐며 겨울 강릉의 낭만을 느껴보자.

강릉솔향수목원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구정면 수목원길 156

- 문의 : 033-660-2322 (강릉솔향수목원)

- 운영시간 : 하절기(3월~10월) 09:00~18: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 야간 : 하절기(3월~10월) 20:00~23:00, 동절기(11월~2월) 18:00~22: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휴원 (다만 월요일이 휴일인 경우 그 다음 평일)

- 이용요금 : 무료

-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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