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숨은 명산 완도 금당도] 진주알 꿰듯…예쁜 곳만 묶어 길을 내다
트레킹 8코스… 교암청풍은 백미

완도 금당도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빼어난 풍광이 입소문 나면서 등산과 트레킹, 백패킹의 명소로 떠오르게 되었다. 금당도는 완도군 금당면에서 가장 동북쪽에 위치한 섬으로 생활권은 오히려 고흥이나 장흥에 가깝다. 3개의 유인도와 15개의 무인도를 거느린 우리나라에서 49번째로 큰 섬이다. 특별한 문화재나 내세울 만한 역사는 많지 않지만, 뛰어난 자연경관은 완도군의 대표 주자 격이라 할 수 있다. 금당도金塘島는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으로 공산(138m)과 금당산(쟁그랑산·178m)이 있고, 서쪽으로 삼랑산(219.8m), 오봉산(176m), 봉자산(188.6m)이 있다. 산봉우리가 동서남북 네 방향에 위치해 걸으면서 계속 변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금당도는 서쪽에 있는 온금포해수욕장 외에는 섬 전체가 돌출된 해식애 지형이다. 동쪽은 거대한 성벽을 연상케 하는 암벽지대다. 화산활동으로 인한 주상절리가 부챗살처럼 펼쳐진 부채바위를 비롯해 스님바위, 병풍바위가 있다. 섬의 남쪽 해안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보는 세포리전망대와 바닷물에 의한 풍화와 침식 과정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모양의 바위들이 밀집되어 있다. 마치 외계행성에 온 것 같은 모습이다.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부채바위 해변.
5개 봉우리를 종주하는 등산로 완성
금당도는 2021년 ‘가고 싶은 섬 가꾸기’에 선정된 이후 그 이름이 알려졌다. 숨겨진 원석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흩어진 진주알을 꿰듯이 아름다운 지점들을 묶어 등산로와 백패킹 코스 2가지 테마로 개발했다. 육동갈림길에서 개기재까지 1.7km 능선 구간을 연결한 등산로는 섬 산행의 매력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로 탈바꿈했다. 특히 새롭게 개설된 구간은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절이도 해전의 넓은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게 직간접으로 문학적 영향을 준 소설가 송기숙, 한승원, 이청준의 생가가 조망되기도 한다.

능선만 오르면 멋진 바다를 등에 지고 걷게 된다.

세찬 해풍과 척박한 환경으로 큰 나무들이 없다.
트레킹과 백패킹을 위한 8개의 코스는 섬 구석구석을 아우른다. 총 28.5km 거리 중 하이라이트는 섬의 남쪽에 있는 8코스 적벽청풍길(금당적벽길)과 교암청풍길이다. 조선 후기 사람 위세직이 ‘금당별곡金塘別曲’이라는 기행가사에서 ‘금당도는 신선이 살 만한 경치다’라고 이곳의 아름다움을 기록했다. 섬 주민들에게 금당도에서 딱 한 곳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이구동성으로 ‘교암청풍轎岩淸風’을 꼽는다. 교암청풍은 지질의 보고다. 마그마가 식어가면서 뒤틀린 지층과 파도와 바닷바람으로 화산암에 기공이 쌓여 생긴 타포니가 잘 발달되어 있다. 규모와 모양 또한 압도적이다. ‘바다 위 떠 있는 수반’이라는 별칭이 있는 가마바위 끝에서 바라보는 금당적벽의 모습은 거대한 군함처럼 보인다.
금당도 5개 봉우리의 높이는 200m급이지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야 하기에 만만히 덤벼서는 안 된다. 납작한 구릉형 산지로 골산骨山이다. 바위에 겨우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은 바닷바람까지 견디는 혹독한 환경에서 자라 키가 작고 그늘이 없다. 한여름에는 바위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뙤약볕을 각오해야 한다. 등산로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이정표와 안전로프, 데크 계단이 잘 갖추어져 있다.
들머리는 금당면사무소 안쪽에 있는 금당면주민자치센터이다. 선두에서 출발한 블랙야크 상무점 박정남(58) 대표가 감탄사를 뱉는다.
“산행한 지 5분도 안 되어 이런 풍경이 펼쳐지다니….”
해송 너머로 고흥 연홍도와 비견도, 거금도와 부속 섬들이 줄줄이 눈에 들어온다. 출발부터 하산할 때까지 바다 풍경을 꿰차고 걷는다.
공산孔山은 민둥산처럼 벌건 통바위다. 사방이 가릴 것 없는 민낯이어서 5개 봉우리 중 조망이 가장 탁월하다. 금당도 전체 전경을 비롯해 동서남북으로 거침이 없는 풍광을 보여 준다. 금당산 정상 직전에 ‘부채바위 0.4km’ 이정표가 있다. 호기심이 발동해 좁은 길을 내려가 보지만 해안에서 바라보는 부채바위는 다소 실망스러운 풍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채바위나 병풍바위는 가까이서 육안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배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보아야 웅장한 절경이 제대로 보인다.

공산 정상, 신선이 살 만한 곳이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이순신 장군의 절이도해전 승전지 조망
금당산 정상은 바다에서 보면 전체가 주상절리다. 광주 무등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풍경이다. 북서쪽으로 천관산이 정면으로 보이고 그 아래 해안선은 장흥 회령포(회진)다. 이곳은 이순신 장군에게 명량해전을 준비한 전초지 역할을 했던 장소다. 12척 판옥선을 정비한 후 명량해협으로 출정했던 역사적인 곳이다. 오른쪽 고흥 방면 넓은 바다는 정유재란이 있던 1598년, 금당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순신 장군 함대가 절이도(거금도)에서 왜선 50척을 수장시킨 승전지다. 금당산에서는 역사적인 현장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금당산 아래 육산리는 소설가 송기숙이 태어난 곳이다. 다섯 살 이후 장흥에서 성장했지만 뿌리는 금당도에 두고 있다. 그의 <암태도>, <녹두장군> 등 역사소설은 한국 근현대사의 교과서로 불린다. 송기숙과 한승원은 장흥고등학교 문예반장과 문예부원으로 만난다. 교내잡지 <억불> 창간에 함께 참여하며 한승원은 1년 선배인 송기숙에게 문학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인연의 고리는 훗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 왔으리라 짐작해 본다.

가만히 서 있어도 배경들은 포토존이다.
육당마을 가는 암릉지대에는 ‘사동효종길’이라는 팻말에 작은 종이 매달려 있다. 위세직이 이곳의 풍광에 반해서 금당팔경의 글에 ‘사동효종’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사방으로 옥빛 바다와 섬들은 한 폭 그림이다. 바다 멀리 장흥지맥이 지나가고 그 앞에 천관산이 우뚝 솟아 있다. 천관산 아래 바닷가는 한국 문단을 이끈 거봉들의 고향들이다. 9시 방향으로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의 생가인 진목마을이 보이고, 10시 방향으로 한승원 생가가 있는 신상마을이다. 11시 방향에는 소설가 이승우가 태어났다. 12시 정면으로 한승원이 기거하는 해산토굴이 있다.

위세직이 반했던 경치 ‘사동효종’, 안내문은 없고 덩그러니 조형물만 있다.
개기재에서 삼랑산 가는 길은 보는 맛과 걷는 맛이 다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위치의 섬 풍경들이다. 사진 찍기 좋은 곳에는 전망데크와 조형물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은빛바다 너머로 약산 삼문산, 생일도 백운산을 비롯한 올망졸망한 섬들이 그리움처럼 부르는 듯하다. 능선에는 돌출된 바위들이 많기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신흥마을에서 금당면사무소까지는 4,5km 빠른 걸음으로 1시간 10분 거리다.

새롭게 개설된 개기재 방향 능선길.
산행길잡이
▶ 금당면사무소-목교-공산-금당산-암릉지대-종-갈림길(이정표)-임도-조망바위-갈림길(가학산삼거리)-개기재-조망데크1-조망데크2-삼랑산-오봉산-봉자산-신흥마을-포장도로-금당면사무소
(11km+포장도로 4.5km, 5시간20분)
교통(지역번호 061)
금당도 가는 배는 3곳에서 출발한다. 고흥 녹동항 첫배가 05:50에 있고 이후로는 고흥 우두항에서 출발한다. 09:15, 11:45, 13:50, 16:25 출발. 금당도 울포항에서 고흥 우두항으로 나오는 배는 07:45, 10:50, 13:15, 15:25, 17:50에 있다.
장흥노력항에서 금당도 가학항을 이용하면 동절기 06:30, 08:30, 10:30, 13:30, 15:30, 17:30 출발하고 나오는 배는 07:00, 09:00, 11:00, 14:00, 16:00, 18:00이다. 30분 소요되며 편도 4,300원, 배 시간에 맞추어 소형 버스가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고, 면사무소까지 30분 소요된다. 버스비는 무료, 금당팔경을 유람하는 요트 투어(010-6556-1753)는 약 2시간 소요, 1인 3만 원.
먹거리(지역번호 061)
회진항에서는 된장물회를 먹어야 한다. 사계절에 상관없이 찾는 인기메뉴다. 자극적이지 않으며 속이 편안하다. 열무김치와 제철에 잡은 잡어를 잘게 썰어 넣어 한입에 술술 넘어간다. 항구 근처에 40~50년 넘는 노포 4~5곳이 있다. 우리횟집(867-5208), 청송횟집(867-6245) 2인 2만8,000원.


★오늘의 날씨★